오랜 기간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골칫덩이였던 HMM(옛 현대상선)의 주가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이 코로나 발 불황을 타개하고자 선박 공급을 줄인 데다 한국은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 실패로 선박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운임이 치솟은 영향이다. 제조기업들은 배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해운 구조조정 실패로 홀로 남은 국적선사 HMM은 오히려 특수를 누리고 있다.
주가 급등으로 HMM 전환사채(CB)에 투자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차익 실현이 가능한 수준이 됐는데, 이 때문에 산업은행 등이 언제쯤 HMM 투자금을 회수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그러나 "아직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HMM 주가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HMM 배재훈 사장이다. 배 사장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 취임 후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 현재 4억여원의 평가이익을 내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배 사장은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지난해 5월 처음 자사주를 산 뒤 전날까지 총 22차례 자사주를 샀다. 총 3억여원을 들여 8만3635주를 매입했다. 그런데 HMM의 주가가 전날(27일) 종가 기준 8860원으로 최근 1년새 고점을 찍으면서 배 사장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도 7억4100만원으로 늘어났다. 약 4억3000만원의 평가차익을 낸 것이다.
HMM의 주가는 업황 부진으로 지난해 3000원대에 머물렀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 212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4월부터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의 회원국으로 활동을 시작하며 경쟁력을 갖췄고, 해운사들이 운항 선박을 줄이면서 컨테이너선 운임이 크게 오르는 등 호재가 이어졌다. 실제로 HMM은 올해 2분기 138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5년만의 흑자전환이었다.
업계에선 HMM의 전망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HMM 올해 3분기 실적 전망치는 영업이익 3553억원이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HMM은 다음달 둘째주쯤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해상화물 운임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3일 1469.03을 기록했다.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HMM의 고속 성장은 정부 영향이 있다. 정부는 2018년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세운 뒤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등에 대규모로 지원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해양진흥공사는 지원금 6조5040억원 가운데 63%(4조1280억원)를 HMM에 몰아줬다. 나머지 중소선사 81곳의 평균 지원금 292억원의 141배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HMM을 키우기 위해 높은 운임에 대해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주가 급등으로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전환사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HMM은 전환사채 미상환분이 3조원에 육박한다.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보유자는 주가가 전환가격을 웃돌게 되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이 경우 기업가치는 같은데 주식 수만 늘어나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HMM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HMM의 전환사채 미상환여분 2조9800억원, 전환 가능 주식수는 5억5900만주다. 전환가액 5000원에 4억7600만주가 몰려있다. 주가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2조2000억원의 평가차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HMM의 일부 투자자들은 "전환사채 규모가 커서 주가가 조금 오르면 팔아야 한다" "전환사채 규모가 시총보다 크다" 등의 반응을 종목 토론방에 남기고 있다.
그러나 당장은 전환사채 행사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HMM 전환사채 채권자 대부분은 산업은행 등으로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과 맞물려 일종의 지원을 한 것"이라며 "주가가 오른다고 이를 주식으로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