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는 연간 설비투자 해당되는 부담되는 금액
인텔 자산 노후화로 기술전환에 추가비용 가능성
키옥시아 기업가치와 비교해도 인수 금액 높아
내년 낸드 시황 부진할 경우 부담 커질 수도

SK하이닉스(000660)의 인텔 낸드 사업(옵테인 제외) 인수 가격(10조3104억원)을 놓고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낸드플래시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미래 투자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인수 가격은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증권은 "10조는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설비투자에 해당되는 부담되는 금액"이라며 "인텔의 자산이 노후화됐고 향후 기술전환에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인수가 가격보다는 생존과 성장을 위한 전략적인 의사결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해석이다.

중국 다롄에 있는 인텔의 생산시설.

◇ "인텔에게 낸드는 떼어내고 싶은 사업"

SK하이닉스가 인텔로부터 사들이기로 한 대상은 SSD, 낸드플래시 단품,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 등이다. 인수 대상 사업의 지난해 매출은 4조6523억원으로 인수 가격이 매출의 2배를 넘는다. 특히 올들어 실적도 좋지 않다. 인수 대상 사업을 포함한 인텔 메모리 솔루션 부문의 3분기 매출은 11억 5000만달러(약 1조 3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월가의 컨센서스인 15억달러(약 1조 7000억원)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인텔 낸드 사업 인수 가격의 비교대상으로는 최근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다 연기한 키옥시아를 꼽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키옥시아의 올 2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17.3%(매출 기준)이며, 인텔의 시장점유율은 11.5%였다. SK하이닉스는 11.4%로 인텔과 비슷한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달 키옥시아의 발행주식 가격(2800~3500엔)을 기준으로 삼으면 기업가치는 1조4500억~1조8110억엔(약 15조7000억~19조6000억원) 수준이다. 이수빈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단순하게 자본규모와 매출액을 비교하면 인텔 낸드 사업 인수 금액은 높다"고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에게 낸드는 주력이 아니라 떼어내고 싶은 사업이었다"면서 "인텔이 시가총액에서는 엔비디아에 밀리고, 기술에선 AMD에 밀리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높은 가격으로 사간다고 하니 환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SSD 점유율 올라가나 이익 창출은 불확실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 낸드플래시 시황이 부진할 경우 SK하이닉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본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가 (인수 금액에서) 모자르는 부분은 차입을 통해 해결할 것이며, 당분간 설비투자는 보수적일 전망"이라면서 "삼성전자는 기업용 SSD 시장의 경쟁 강도가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설비투자 가능성이 높고, 내년 낸드플래시 시황이 상반기 이후에도 가격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유안타증권은 "인텔의 SSD 사업 인수로 SK하이닉스의 아킬레스건인 기업용 SSD 점유율이 단숨에 2위로 올라서겠지만 이익 창출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인수 대금이 10조에 달한다는 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인텔 낸드 사업 인수 발표 직전인 19일 종가(8만 6700원) 대비 3.2% 내린 8만 3900원에 지난 23일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