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 없는 언행으로 '브라질의 트럼프'로도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중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퇴짜를 놨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중국 제약업체 시노백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코로나백'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 국민은 누구의 기니피그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아직 임상 시험이 끝나지 않은 백신을 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썼다. 시노백은 현재 브라질에서 임상 시험 최종 단계인 3상을 진행 중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발언은 에두아르두 파주엘루 보건부 장관이 20억헤알(약 4000억워원)의 예산을 들여 코로나백 4600만개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코로나백의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기는 했으나 2022년 대선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는 주앙 도리아 상파울루 주지사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도리아 주지사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초기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며 관련 규제 실시를 비난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대립해왔다. 코로나백을 "현 단계에서 가장 앞선 백신"이라고 추켜세우며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코로나백을 "주앙 도리아의 중국 백신"이라고 낮춰 불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백 구매에 찬물을 끼얹은 또다른 이유로는 그의 친(親) 트럼프 성향이 꼽힌다. 중국을 적대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의식해 중국 백신을 거부한다는 해석이다. 실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19년 집권 후 기회가 될 때마다 '2020 트럼프 캠페인' 모자를 쓰고 공식 행사에 나오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전날 브라질리아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난 자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취임식에 참석할 수 있길 바란다"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이런 생각을 숨길 필요 없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중국을 곱게 보지도 않는다. 이에 중국 재경망은 지난해 그가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브라질을 친미(親美) 국가로 이끌면서 중국과 브라질 관계가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AP는 이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그동안 중국에 대한 불신을 자주 드러냈던 점을 미뤄볼 때, 이번 발언은 그의 대중(對中) 반감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까지 15만4000명이 넘게 목숨을 잃었다. 감염자 수도 520만명을 넘어 세계 3위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