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의 금융감독원 출신 관계자가 금감원의 옵티머스 펀드 사기 조사와 관련해 로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2년간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상장 기업 상당수가 금감원 출신 감사와 이사를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조선비즈가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거래소를 통해 2018년 10월부터 최근까지 2년간 상장폐지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거나 실질심사 중인 상장사 76곳을 분석한 결과 6개 기업에서 금감원 출신 인사를 고용해 감사나 이사, 사외이사 등 중책을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7개 기업 모두 코스닥 상장사로, 옵티머스가 '무자본 M&A'를 한 곳으로 꼽히는 해덕파워웨이도 포함됐다. 해덕파워웨이는 지난해 2월 옵티머스의 관계사인 화성산업에 인수된 뒤 같은 해 8월 금감원 수석조사역 출신인 변모씨를 상근감사로 선임했다. 이후 올해 초 옵티머스 펀드 사기 논란으로 금감원이 검사에 착수하자 변씨가 옵티머스 검사를 담당하는 금감원 팀장에게 연락해 "따뜻한 마음으로 봐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 내부자 연루 논란이 일면서 상폐 위기로 매매거래가 중단된 다른 상장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용EMC 제조사 에스모 머티리얼즈는 관계자 3명이 라임자산운용의 자금으로 이 기업을 인수한 뒤 450억원이 넘는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지난 5월 실질심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현재 상폐로 결정됐으나 이의 신청에 따라 심사가 연장됐다. 에스모 머티리얼즈는 지난해 4월 금감원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는데 이는 라임자산운용이 에스모 머티리얼즈에 투자를 시작한 2018년 5월 이후다.

그래픽=이민경

지난 5월 회계처리위반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이노와이즈는 연초 3월 주주총회에서 금감원 선임조사역 출신을 이사로 선임하려 했으나 부결됐다. 이노와이즈는 작년에도 잦은 최대주주 변경과 이에 따른 공시 번복으로 불성실공시기업에 선정된 바 있다.

유심(USIM)칩 전문 개발사 엑스큐어는 지난 3월 금감원 수석검사역 출신을 감사로 선임했다. 엑스큐어는 지난 8월 사내이사 3명을 배임죄로 고소하면서 같은 달 거래소로부터 횡령·배임 사실 확인에 따른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으로 선정됐다.

불성실공시로 실질심사를 받고 있는 에이아이비트는 금감원 선임조사역 출신 인사를 3년 전인 2017년 10월 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경남제약헬스케어는 횡령·배임 사실 확인에 따라 실질심사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2018년에 금감원 부국장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불성실공시와 대여·선급금 등 과대계상으로 심사를 받고 있는 이엠앤아이는 2017년 금감원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 출신이 일반 상장사의 임원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금융당국 출신은 금융 관련 기관이나 기업에서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기업이 아니더라도 기업의 이해 관계를 당국에 적극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당국 출신들을 영입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