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수용'에 대해 "다행"이라며 긍정 평가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하루 아침만에 입장을 바꿔 "사과와 성찰부터 했어야 했다"고 강하게 몰아세웠다. 두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을 둘러싸고 법조계에서 '위법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검찰의 독립성 훼손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선제압' 성격도 있다.
추 장관은 2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대검이 국민을 기만했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에 단 한번이라도 진심이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그런 기대와 믿음이 무너져 참으로 실망이 크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달 20일 '수사관행 개선안'을 발표했는데 추 장관은 대검이 이를 따르지 않고 수감중인 김봉현을 수차례 조사한 것은 "부당한 수사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재소자 본인이 원치 않은 출정조사와 범죄정보 수집 목적의 출석 요구는 전면 금지된다. 재소자가 자발적으로 제보 등을 원할때만 검찰청에 나가 조사를 받도록 했는데, 이 경우에도 출석희망 의사를 서면으로 남겨야 한다. 출석을 원치 않는 재소자의 경우는 검사가 직접 찾아가거나 화상조사를 하도록 했다. 재소자를 여러 차례 불러 수사에 필요한 진술을 얻어내려는 수사관행을 손보겠다는 취지다.
추 장관은 "대검은 죄수를 검사실로 불러 회유와 압박으로 별건수사를 만들어내고 수사상황을 언론에 유출해 피의사실을 공표, 재판을 받기도 전에 유죄를 만들어 온 것이 부당한 수사관행이었다며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그런데 김봉현에 대해 그가 구속된 지난 4월 23일 이후 석달 사이에 (검찰은) 무려 66회나 불러서 여권 정치인에 대해 캐묻고 회유하는 조사를 반복했다고 한다. 여권 정치인 들에 대한 피의사실도 언론을 통해 마구 흘러나왔다"고 했다.
이어 "반면 야권 정치인과 검사들에 대한 향응제공 진술이 있었으나 지검장 대면보고에 그쳤고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했다"면서 "법무부와 대검 반부패수사부에는 보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보고 누락'과 관련해 여당은 당시 심재철 반부패부장 배석 없이 보고가 이뤄졌다고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은 수사 보안 등을 이유로 배석 없이 직보가 이뤄지는 경우는 종종 있다는 입장이다.
추 장관은 "결국 부당한 수사관행을 근절하겠다고 한 순간에도 수용자를 이용해 열심히 범죄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곧이들을 국민이 없을 지경이다. 지휘 감독자인 장관으로서 작금의 사태에 대해 국민께 참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추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법조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위법 논란'에 대한 대응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청법 12조에는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 감독한다'고 돼 있다. 법조계에선 검사를 지휘하게 돼 있는 검찰총장 권한을 박탈해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 수준을 넘어선 포괄적 지휘라는 점에서 해당 법 위반이자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제보적 성격인 김봉현의 옥중편지를 전제로 법무부가 감찰하고 있는데, 윤 총장이 직접 관여돼 있다는 근거가 나오지 않은 이상 수사권지휘는 섣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공세도 강화했다.
추 장관은 지난 19일 윤 총장에게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 수사와 서울중앙지검의 총장 가족 관련 수사를 지휘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윤 총장은 별다른 이의 없이 곧바로 이를 수용했다. 추 장관은 전날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 수용 입장에 대해 "태세를 전환해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따른 것은 당연한 조치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자 "'중상모략'이라고 화부터 내기 전에 알았던 몰랐던 지휘관으로서 성찰과 사과를 먼저 말했어야 한다"면서 "유감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