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임명 당시엔 "감사원 독립성 강화할 적임자"
월성 1호기 감사로 돌변 "대통령 우롱을 넘어서"
감사원이 20일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과 관련한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판단을 내놓지 않지만, 경제성만 따져보자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사실상 하자가 있다고 본 셈이다.
또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은 외부 기관의 경제성 평가결과 등이 나오기 전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했다. 이에 산업부 직원들은 한수원이 즉시 가동중단 방안 외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했다. 산업부 직원들은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 결과가 나오도록 평가 과정에 관여했다.
이같은 감사 결과 발표로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정당성은 타격을 입게 됐다. 이런 일을 우려해서인지, 여권은 지난 몇 달간 최재형 감사원장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최 원장을 새 감사원장 후보로 지명했을 때 "감사원의 독립성, 투명성, 공정성을 강화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이 맡겨준 책무를 원만하고 성실하게 수행할 적임자로 환영한다"는 반응(김현 당시 민주당 대변인)은 온데간데 없었다.
◇"태극기 부대에 조사받는 느낌이라더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은 지난 7월 29일 라디오 방송에 나와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를 '태극기 부대'에 빗댔다. "감사원 감사를 받고 나온 분들이 '태극기 부대를 앞에 두고 조사받는 느낌이었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이례적으로 강압적이었다"고 감사원 조사 당시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또 "산업부의 강압적인 행정지도는 문재인 정부의 소위 말하는 탈원전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진행됐다고 하는 일정한 구도와 시나리오를 가지고 감사에 착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최 원장은 그런 말도 한다고 한다"며 "어떤 사람을 추천했는지 모르겠지만, '현 정부의 친정부 인사이기 때문에 내가 그것(감사위원 임명 제청)을 못 한다'고 서슴없이 한다"고도 했다.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됐다. 당시 청와대가 감사위원으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하라고 요구했으나, 최 원장이 두 차례나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김 전 차관에 대해서는 같은 날 청와대도 불쾌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인사에 관한 사안은 확인해주지 않는다"면서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 맞지 않으면 사퇴하세요"
최 원장은 여당 의원으로부터 "사퇴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지난 7월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최 원장이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 41%를 거론하면서 탈원전 정책 정책 정당성을 문제삼았다는 논란에 대해 "대통령 득표율을 들어서 국정과제 정당성을 폄하하려 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그런 의도도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계속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최 원장이) 41% 발언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대통령 우롱을 넘어선 것"이라면서 "대선 불복하는 것인가, 완전히 반헌법적인, 위헌적 발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감사원장이 정치적 중립성도 훼손하고 특정 원전 마피아 입장을 반영하고 여러 위헌적 발상을 하고 있다"면서 "그렇게까지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이 불편하고 맞지 않으면 사퇴하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재야에 나가서 정치를 하든지 비판을 하든지 마음대로 하시라"고도 했다.
최 원장이 "대통령께서 국정 운영하는 데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은 없다"고 했으나, 신 의원은 "뭐 하는 겁니까, 이게? 예?"라고 따졌다.
같은 당 소병철 의원은 "최 원장이 대통령 지지율 41% 이런 얘기를 하면서 해석은 제 각각이라고 그랬다"며 "감사원장이 이런 말을 할 수가 있나. 저분을 여기에 앉혀 놓고 질문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감사원장으로서 적격(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부친이 '文정권은 나쁜 사람들' 인터뷰 했다"
최 원장 가족의 정치적 성향을 거론하며 월성 원전 1호기 감사의 중립성을 공격한 여당 의원도 있었다.
환경운동가 출신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지난 8월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친께서 지금은 좌파정권이라면서 '문재인 정권은 나쁜 사람들이다' 이런 인터뷰를 했다"고 말했다. 또 "동서 두 명도 원자력계에 있거나,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극도로 비판하는 언론 매체 논설위원으로 있다"며 "동서는 '7000억원 들여 월성 1호기를 새 원전이나 다름 없이 고쳐놓았는데, 이걸 조기 폐쇄하는 결정은 잘못된 것'이라는 논설을 썼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발언 중에 대단히 죄송하지만, 저희 가족이 감사원 일을 처리하는 게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양이 의원은 "사적인 친인척 관계가 감사원장 개인적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감사 의결 앞두고는 "결론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
최 원장에 대한 여권의 압박은 감사결과 의결 직전까지도 이어졌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제가 봤을 땐 강압 감사였고, 계속 연기된 감사였고, 과잉 문제도 있다"며 "어떤 결론이 나올지 모르지만 그 결론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심의 절차가 계속 지연되다 보니 어떤 결과가 나와도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면서 "특히 감사위원 1명이 결원된 채로 월성1호기 조기폐쇄 감사가 이뤄졌다"는 지적도 했다.
이에 최 원장은 "1명의 결원은 무조건 반대 의견과 마찬가지"라며 "한 명이 결원됐기 때문에 감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감사위원들이 강압적 감사로 진술이 왜곡된 게 없다는 데 대해 모두 의견을 같이 했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