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국방위원회 방위산업청 국정감사에서 울산과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이 날을 세웠다.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기밀을 유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업자를 재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연일 나오면서,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벌어진 것이다.

올해 방산업계 최대 관심사인 KDDX 사업은 대한민국 해군의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7조원대 대형 프로젝트다. 앞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수주 경쟁을 벌였으나, 현대중공업이 0.056점 차이로 앞서며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노동조합이 12일 경남 진해해군사령부 앞에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기밀 유출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KDDX 수주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자, 대우조선해양 안팎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대우조선해양의 최근 5년간 해군함정 설계 및 건조 실적이 현대중공업을 앞서는 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와 해군간부가 KDDX 기밀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탓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현대중공업과 해군 간부가 2013~2014년 대우조선해양이 연구 개발한 KDDX 개념 설계도를 빼돌리는 등 기밀자료를 유출했다"며 전면재심사를 주장했다. 변광용 거제시장, 경남도의원 35명 등도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현대중공업에 유리하고 편파적인 평가를 했다"며 "사업자를 재선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DDX 문제는 이날 열린 방사청 국감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루어졌다. 대우조선해양 조선소가 있는 경남지역 국회의원들은 방위사업청에 KDDX 재심사를 촉구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KDDX 기밀유출 문제로 25명이 재판에 회부돼있는데, 방사청은 이런 부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며 "(방사청이 유출을) 인지했음에도 현대중공업이 입찰 자격을 받았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최소한 감점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남 김해지역 국회의원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국방위원장도 이날 "(KDDX 관련 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가 진행됐는데, 방사청은 그 내용을 알고 있었나"라며 "기밀이 현대 쪽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업이 진행됐나"라고 따졌다.

울산지역 국회의원인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대해 "개념설계의 기본 틀은 입찰업체에 제공하는 설명서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무단으로 도촬했다면 결과에 따라서 사법 처리하고 문책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협력할 때 협력하고 경쟁할 때 경쟁하며 국내 조선업을 위해서 노력했던 업체"라며 "지역 민심을 자꾸 논하면, 울산은 어떻게 되겠냐. 사법부의 판단은 사법부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향후 평가 제도를 수정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당장 KDDX 평가를 번복하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다만 사법부 판결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왕정홍 방사청장은 "규정에 의해 (우선협상대상) 후순위자로 통보된 측(대우조선해양)이 이의를 신청하면 검증위원회에서 평가가 제대로 됐는지 평가한다"며 "최대한 외부인을 (검증위원회에) 많이 넣고 해봐도 결과를 뒤집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이어 "사법부 판단은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에 나올 전망"이라며 "사법부 판결에 따라서 (우선협상자 선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여러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