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가족 모두가 독감백신을 맞았는데, 불안해 살 수가 없네요."
인천 한 고등학생 A(남·17)군이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은 뒤 이틀 만에 숨진 것을 두고,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미 상온노출과 백색입자 등 논란을 겪었던 터라 독감백신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백신의 운송을 맡은 회사가 상온노출 사고를 낸 신성약품이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중이다. 만약 이 고등학생의 사망원인이 백신 때문으로 밝혀진다면 올해 독감백신 접종 사업은 다시 한번 멈출 가능성이 있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으로 백신 접종 후 보고된 이상반응은 총 353건(유료 124건·무료 229건)이다. 국소 반응(붓기 등) 98건, 알레르기 99건, 발열 79건, 신경계(열성 경련 등) 7건, 기타 69건이었고, A군 사망 사례가 1건 포함됐다.
상온노출과 백색입자 관련 수거·회수 대상 백신을 맞은 뒤 이상반응을 보인 사례는 80건으로 조사됐다. 주로 국소반응(32건), 발열(17건), 알레르기(12건), 두통·근육통(6건), 복통·구토(4건), 기타(9건)으로 나타났으며, A군은 이 사례에 들어가지 않았다.
A군은 사는 곳 근처의 민간 병원에서 지난 14일 무료 접종을 했고, 이틀 후인 16일 오전 사망했다고 한다. 접종 전 A군은 알레르기 비염 외 특이한 기저질환이나 증상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건강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A군은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통해 밝혀질 예정이다. 방역당국은 A군과 같은 백신을 맞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상반응이 없는지도 함께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9월 저온에서 유통돼야 하는 독감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사고 발생 직후 방역당국은 해당 백신의 접종자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후 조사를 통해 보름간 3000명 이상이 맞은 것으로 파악됐다.
방역당국은 문제가 불거진 백신 539만개(도스)에 대한 안정성·품질 검사를 했고,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효능 저하가 우려되는 48만개는 수거했다.
그 뒤 일부 백신에서 하얀 가루가 발견되는 '백색입자' 논란이 다시 나왔다. 내부 물질이 뭉친 단백질이라는 게 방역당국의 설명이었다. 안전성 우려는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불안을 없애기 위해 해당 백신 61만5000개를 회수했다.
A군 사망으로 독감 백신에 대한 부작용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상온노출과 백색입자 논란 때 방역당국은 문제 독감을 모두 거둬들였다라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백신 안정성에 대한 의심을 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A군 사망 원인을 백신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판단도 있다. 독감의 주요 부작용을 살펴봤을 때 A군이 백신 접종 후 사망까지의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독감 백신의 주요 부작용은 계란 알레르기에 의한 아나팔락시스 쇼크(Anaphylactic shock)와 알레르기성 신경병증 중 하나인 길랭 바레(Guillain-Barré) 증후군 등이 있다.
아나팔락시스 쇼크는 알레르기가 과민하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독감 백신 생산에 사용되는 계란 단백질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 발생한다. 다만 최근 백신 생산 기술이 발달하면서 발현 사례는 많지 않다고 한다.
알레르기성 신경병증은 바이러스 감염이나 백신을 통해 만들어지는 항체가 중추 신경계에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길랭 바레 증후군은 이 현상의 대표적인 병명으로, 감염 뒤 10~14일 쯤부터 다리에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 건강하다면 수개월내 회복되지만, 나이가 많다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실제 지난 2009년 독감 백신을 맞았던 만 65세 여성 B씨가 숨졌다. B씨는 독감 백신을 맞고 3일 뒤부터 팔·다리에 힘이 빠졌고, 병원에서 밀러 피셔 증후군(길랭 바레 증후군의 다른 형태) 진단을 받았다. 이후 입원치료 중에 흡인성 폐렴 나타나 4개월 뒤 숨졌다. B씨 역시 독감 백신을 맞기 전 특이 기저질환은 없었다고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A군) 사망 신고 사례는 아직 예방 접종으로 인한 이상 반응이라는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같은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이상 소견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