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라임 사건’과 ‘검찰총장 가족 사건’ 관련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결과만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라고 지휘했다. 역대 세번째 수사지휘권 행사이자, 추 장관이 취임하고 지난 7월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지 3개월만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법무부는 19일 "추 장관이 라임자산운용 사건 관련 여야 정치인 및 검사들의 비위 사건, 총장 본인과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윤 총장이 조치할 것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또 서울남부지검에 라임 관련 로비 의혹이 제기된 검사와 검찰수사관을 수사·공판팀에서 배제해 새롭게 재편할 것과 서울중앙지검에 총장 가족사건 관련 수사팀을 강화해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할 것을 주문했다.

법무부는 수사지휘권 행사 배경으로 라임 배후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16일 공개한 ‘야권 인사 및 현직 검사 로비 의혹’ 옥중 입장문 내용을 열거했다.

법무부는 "최근 제기된 라임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출신 변호사가 구속 피고인에게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청와대 행정관으로는 부족하고 수석정도는 잡아야 한다. 총장에게 보고해 보석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라며 회유·협박하고 수사팀은 구속 피고인을 66번씩이나 소환하며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윤 총장이 수사팀 검사 선정에 직접 관여하고, 검사장 출신 유력 야권 정치인에 대한 구체적 비위 사실을 직접 보고 받고도 여권 인사와는 달리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보고가 누락되는 등 사건을 제대로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고 했다.

이어 "현직 검사들에 대한 향응 접대와 다수의 검찰 관계자에 대한 금품 로비가 있었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고도 관련 보고나 수사가 일체 누락되었으며, 향응을 접대받은 검사가 수사팀장으로 수사를 주도했다는 의혹 등이 일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 공문.

법무부는 또 윤 총장 아내와 장모 등이 고소·고발된 사건 내용도 열거했다.

법무부는 "검찰총장 본인, 가족 및 측근 관련 의혹과 관련해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시 배우자가 운영하는 코바나에서 각종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수사대상자인 회사 등으로부터 협찬금 명목으로 거액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자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사건에 배우자가 관여됐다는 의혹이 있다"고 했다.

법무부는 아울러 "(윤 총장이) 장모의 요양병원 운영 관련 불법 의료기관개설, 요양급여비 편취 혐의에 대한 불입건 등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과 전 용산세무서장 로비사건 관련 피의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기각 및 불기소 등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도 있다"며 "관련해 여러 건의 고소·고발이 제기돼 수사 중에 있음에도 장기간 사건의 실체와 진상에 대한 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많은 국민들이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라임 로비의혹 사건은 관련 진상을 규명하는데 있어 검찰총장 본인 또한 관련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며 "본인 및 가족과 측근이 연루된 사건들은 검사윤리강령 및 검찰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회피해야 할 사건이므로 수사팀에게 철저하고 독립적인 수사의 진행을 일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추 장관이 이날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사건들은 △라임 사건 관련 검사·정치인들의 비위 및 사건 은폐·짜맞추기 수사 의혹 사건 △코바나 관련 협찬금 명목의 금품수수 사건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의혹 사건 △요양병원 운영 관련 불법 의료기관개설, 요양급여비 편취 사건과 관련 불입건 등 사건 무마 의혹 및 기타 투자 관련 고소사건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사건 및 관련 압수수색영장 기각과 불기소 등 사건 무마 의혹 등이다.

법무부는 ‘채널A 사건’ 당시 윤 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 ‘형성권’에 해당한다고 밝혔던 점을 언급하며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도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