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정부의 낙태 관련 법 개정안과 관련해 제한 없는 낙태 기간을 임신 10주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프진’ 등 낙태 약물의 약국 처방도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낙태법 개정 관련 산부인과 단체 기자회견'에서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대한산부인과학회 등 4개 산부인과 단체들은 1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사유의 제한 없는 낙태 허용 시기는 임신 10주로 제한해야 하고, 10주 이후에도 여성이나 태아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임신 10주부터는 태아 DNA 선별검사 등 각종 태아 검사가 가능하다"면서 "만약 임신 14주 이내 제한 없이 낙태를 허용한다면 원치 않는 성별 등의 사유로 아이가 낙태 되는 위험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비약적인 의학 발전으로 국내에서도 임신 21주에 태어난 이른둥이의 생존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낙태 허용 주수를 24주 이내로 하는 것은 충분히 살 수 있는 아기가 낙태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면서 임신 24주 이내 낙태 허용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낙태 약물 도입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김 회장은 "산부인과의 지도와 감독 없이 낙태 약물이 도입되면 엄청난 사회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만일 (낙태 약물이) 도입된다고 해도 의약분업 예외품목으로 병원 내 투여가 원칙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전제가 있다면 약물 낙태를 크게 반대하지 않겠다"며 "낙태 약물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가 완료되고, 시범사업이 시행된 이후도 도입 시기를 유예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단체가 요구하고 있는 ‘낙태죄 전면 폐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이사장은 "여성의 권리 주장은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한다. 의학적으로 오히려 여성의 건강을 해치게 된다면 그건 우리가 제고해봐야 할 문제다"라면서도 "산부인과 의사는 여성뿐 아니라 태아의 생존권도 존중해야 한다는 직업윤리가 있다. 낙태는 윤리, 종교, 신념을 떠나서 그런 문제가 있다는 걸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일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임신중단(낙태)을 허용하는 법률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부 입법예고 안에는 임신 중기인 15주~24주 이내에 성범죄로 인한 임신이나 사회적·경제적 사유 등이 있을 때는 상담 및 24시간의 숙려기간만 거치면 낙태를 허용하도록 돼 있다. 정부 안에는 약물 낙태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