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카·케이카 등 네이버와 협력해 차량관리 통합서비스 '마이카' 선봬
쿠팡은 자동차업종 상표권 '쿠릉' 등록, SK는 렌터카에 출자

지난 국정감사에서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업계 곳곳에서는 저마다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연간 중고차 거래에서 약 6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가 직접 품질 보증에 나서면서 중고차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는 기대감에 새롭게 뛰어드는 업체들도 있는 반면 영업이익률이 2% 미만인 영세 업체들은 고객을 지키기 위한 서비스나 이벤트를 런칭하고 있다.

네이버 마이카 베타버전.

지난 15일부터 엔카와 케이카, AJ셀카 등 기존 중고차업체들은 네이버와 협력해 내차 시세 정보 조회 서비스 '마이카'를 오픈했다. 이는 이용자가 자신의 자동차 정보를 등록하면 시세 등을 볼 수 있는 서비스로 계좌 잔액, 대출, 펀드 내역 조회가 가능한 네이버 '내 자산'에 자동차 정보를 입력해 각종 보험이나 리스 등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오토플러스가 운영하는 중고차플랫폼 리본카는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자 홈쇼핑 포맷을 적용한 자동차 라이브쇼로 판매를 진행한다. 전문가가 보증하는 중고차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설명하고 실시간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이다.

올 상반기 수원에 대형 중고차 매매단지를 구축한 도이치 오토월드는 세계 최대 자동차 멀티플랫폼으로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화한 자동차 백화점인 동시에 신차판매와 유지관리까지 한자리에서 가능하다. KB차차차의 모델 이병헌, 케이카 모델 정우성에 대적해 원빈을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경기 수원시 '도이치 오토월드' 전경.

현대차의 등장은 중고차 관련 금융도 변화시키고 있다. KB캐피탈은 자사의 중고차업체 KB차차차가 축적한 데이터로 유료컨설팅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차 부품과 정비, 금융권 등 중고차 관련 산업 전반에 수년간 쌓아온 데이터를 판매해 수익모델 구축과 시장 영향력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금융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신한카드는 신한은행과 협업해 그룹 공동 자산플랫폼 '신한 마이카'를 오픈한다. 지난 3월에는 현대캐피탈로부터 장기렌터카 자산을 5000억원에 사들이고 7월에는 1조원 규모의 신한캐피탈 자동차금융·리테일 자산을 인수하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다.

소비자들은 현대차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다. 중고차 업계에서 항상 문제가 됐던 정비이력과 실매물 여부가 대기업의 진출로 해소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이 진행한 '중고차 시장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중 76.4%가 '믿을 수 없다'고 평가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8년 상반기 집계한 국내 중고차 관련 소비자 불만 상담 건수도 2만783건, 하루 평균 22건에 달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직접 나서서 소비자에게 중고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차량의 정비 이력과 실매물 여부 확인 방법들을 안내하도록 한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대차가 국감에서 상생방안으로 현대차 직영 서비스센터나 현대차 블루핸즈, 기아차 오토큐 등의 수리내역을 제공하는 '오픈플랫폼'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장안평 중고차시장.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에 새롭게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도 생겼다. 쿠팡은 지난달 상표권 '쿠릉'을 등록하면서 자동차 금융업과 자동차보험 관련 상담 및 중개업, 중고차 감정업, 중고차 평가관련 정보제공업 등을 지정상품으로 등재했다. 쿠팡 측은 "수많은 사업확장 가능성의 하나일 뿐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엔카를 운영하다가 손을 뗀 SK그룹도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달 SK렌터카에 1000억원 규모를 출자해 렌터카사업에 힘을 실었으며 SK텔레콤은 지난 4월 자사 가입자들의 본인인증 앱인 패스(PASS)를 통해 중고차 시세조회와 매매까지 할 수 있는 ‘패스 자동차’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쏘카의 2대 주주가 SK라는 점을 볼때 쏘카를 통해 우회적으로 중고차사업을 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소규모업체를 인수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현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신차 판매 매장에서는 중고차 판매가 어렵다. 또 중고차 판매를 위해서는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등 조합에서 사업자가 매매조합에 가입돼있어야 하고 판매자도 종사원 교육을 받고 종사원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진입에 호의적일 수 없는 조합이 허가를 내줄리 없다"며 "기존 영세 업체들을 인수해 사업장과 딜러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