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현장서 "신은 위대하다" 쿠란 구절 외쳐
트위터에 "마크롱은 신앙심 없는 자들의 우두머리"
마크롱 "이슬람 테러리스트 공격의 특징"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지난 발생한 중학교 교사 참수 사건의 용의자가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체첸 출신의 18세 청년이라고 AFP 통신이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프랑스 당국은 경찰에 사살된 용의자의 신분을 통해 신원을 확인했으며, 5명이 추가 구금돼 이번 사건으로 체포된 이는 모두 9명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17일 프랑스 파리 외곽 콘플란스 사인테호노린에서 교사가 살해된 뒤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존경의 마음을 담아 보이스다울네 중학교 앞에 꽃을 놓고 있다.

당국은 사건 발생 직후 용의자의 조부모와 2명의 형제 등 모두 4명을 체포했지만, 살해된 교사의 수업에 불만을 드러낸 이들을 추가로 체포했다. 체포한 사람 중에는 피해자인 교사가 다니던 학교의 학부모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은 수업에 불만을 갖고 소셜미디어에 동영상을 게시한 한 학생의 아버지가 체포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고, 용의자와 가까운 이들 3명도 당국에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30㎞ 떨어진 이블린주 콩플랑 생토노린 학교 인근 거리에서 중학교 역사 교사인 사뮤엘 프티(47)가 지난 16일(현지 시각) 오후 참수된 채 발견됐다. 용의자는 달아나던 중 흉기를 내려 놓으라는 경찰의 지시에 불응해 총을 맞고 사살됐다. 용의자는 사건 현장에서 "신은 가장 위대하다"라는 뜻을 지닌 쿠란 구절을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용의자가 급진주의적인 성향을 보일 징조는 이전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당시 참수된 프티의 머리 사진을 게시한 트위터 계정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이 계정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신앙심 없는 자들(infidels)의 우두머리"라고 했다. 용의자가 직접 이같은 게시물을 올렸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현재는 폐쇄된 상태다.

프랑스 교사 참수 사건 현장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이날 "나의 분노를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다"며 "프랑스 공화국의 근간인 세속주의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의 타깃이 됐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전날 사건 현장을 방문해 이 사건에 대해 "이슬람 테러리스트 공격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라 전체가 교사들을 보호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반(反)계몽주의는 절대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는 이번 공격에 대해 "매우 경악스럽고 혐오스럽다"고 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 프랑스어로 "프랑스와 유럽 전역의 교사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그들이 없다면 시민도 없고 민주주의도 없다"고 적었다.

숨진 교사 프티는 이달 초 12∼14세 학생들과 언론의 자유에 관해 수업하면서 이슬람교 창시자인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보여줬다. 몇몇 학부모가 이같은 수업방식에 불만을 표현했고, 한 가족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5년 1월 샤를리 에브도는 무함마드를 만평 소재로 삼았다가 끔찍한 총기 테러의 표적이 됐다. 당시 이슬람교도인 사이드, 셰리크 쿠아치 형제는 샤를리 에브도 편집국에 들어가 총기를 난사했고 12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