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수 회복·3자 국외 반송·항공편 증대… '따이궁' 귀환
면세 매출 4달째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악화, 정부 추가 지원 필요"
15일 오전 9시 20분, 아직 개장 전인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 입구 앞에는 중국 따이궁(代工·보따리상) 15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9시 30분이 되자 경호 요원과 면세점 직원 5명이 고객들을 들여보내기 시작했다.
면세점 직원 A씨는 "따이궁들은 물건을 빨리 구매하기 위해 보통 새벽 5시, 빠르면 3시부터 줄을 선다"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장 전부터 매장 앞에서 대기하는 따이궁은 10~20명 정도로 크게 줄었지만, 지난 8월 말부터 조금씩 그 수가 늘어 최근에는 평균 100명 이상씩 줄을 선다"고 했다.
따이궁의 귀환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던 면세업계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1조4441억원으로, 전달 대비 약 15.4% 늘었다. 지난 4월 9867억원으로 바닥을 찍은 후 4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온 것으로, 면세점 한 달 매출이 1조4000억원대를 넘어선 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를 두고 코로나19로 내·외국인의 여행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따이궁이 면세 매출 회복세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이궁은 롯데·신라·신세계 등 국내 주요 면세점 매출 비중의 70%를 차지하는 큰 손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이후 내수가 살아나면서 해외 화장품 등에 대한 수요가 늘었고, 이에 보따리상들도 다시 활동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10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국경절 연휴 기간 소매판매액과 요식업 매출은 1조6000억위안(약 273조원)에 달했고, 하루 평균 매출은 지난해 국경절 연휴 때보다 4.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국 내수 회복세의 신호로 해석됐다.
안 연구원은 "특히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11월 '광군절(光棍節)'을 앞둔 시점인 만큼 중국의 주요 여행사들이 한국 내 중국 보따리상들의 2주 자가격리 비용을 고려하고도 한국 면세품 구매를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3자 국외 반송' 도입과 한중 항공편 증대 등도 따이궁 발(發) 매출 증가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앞서 관세청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면세산업 지원책으로 재고 면세품 내수 판매와 3자 국외 반송을 한시 허용했다. 3자 국외 반송이란 국내 면세업체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동 제한으로 입국하기 어려워진 해외 면세 사업자에게 세관 신고를 마친 면세물품을 원하는 장소로 보내주는 제도다. 중국 도매법인으로 등록된 보따리상이 한국에 입국하지 않아도 원하는 면세품을 현지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3자 국외 반송으로 면세점이 얻은 매출액은 지난 9월 25일 기준 4만6594만달러(약 5340억원)에 이른다.
지난 7월 국토교통부가 주당 10회 운항 중인 항공 노선을 주 20회까지 확대한 이후 중국인 방한객도 증가하는 추세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4685명이던 중국인 입국자는 8월 1만7638명으로 4배가량 늘었다.
업계에서는 따이궁 회복세에 대응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지난 6월부터 운영을 중단했던 제주 시내면세점을 이달 5일부터 재개장했다. 각 업체는 영업시간을 하루 4시간으로 축소하고 판매 품목은 명품과 화장품, 홍삼 등 일부로 제한해 운영 중인데, 이는 주로 따이궁이 선호하는 품목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제주 시내면세점 재개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일부 브랜드 요청과 직원들의 고용 문제, 주변 상권 활성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며 "따이궁 수요 회복세도 이런 여러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그러나 아직 면세업황 회복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이궁 수요로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면세점은 따이궁 유치를 위해 중국 여행사에 송객수수료를 지불하는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 수수료율은 올 초 대비 2배가량 올랐다. 이와 관련해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유일한 수익원인 따이궁을 유치하기 위해 가격 할인이나 적립금 등 마케팅 비용까지 계속 늘리면서 물건을 팔고도 마진은 부진한 상황"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코로나19로 국내외 출입국 제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내수 판매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오는 29일 종료를 앞둔 재고 면세품 내수 판매와 3자 국외 반송 허용 기한의 연장, '관광 비행' 이용객의 면세점 이용 허용, 면세점 특허수수료율 인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여전히 업계의 미래는 불투명하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