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임대차 3법이 통과된 이후 전세가격 상승세가 심해지는 등 시장 불안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정부가 전세가격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을 고심하기 시작했다. 홍남기 경제 부총리는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전월세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추가 대책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14일에는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신규로 전세를 구하시는 분들의 어려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 "전세가격 상승요인 등에 대해 관계부처간 면밀히 점검∙논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가 내놓을 전세 안정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거론되는 대책이 대부분 가격을 통제하는 방향이라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뉴스 DB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시장 관계자들은 24번째 대책으로 표준임대료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표준임대료란 과도한 전월셋값 상승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임대료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달 2일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근거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표준임대료를 정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전세가격은 주택공시가격의 120% 이내에서 표준임대료를 결정할 수 있다. 세부 가격 결정은 지자체가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제 시가가 8억원짜리 집이라면 통상 공시가격은 5억2000만원(현실화율 65%) 수준인데, 공시가격의 120%에 달하는 6억2400만원까지만 전세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일정 비율 이하로 떨어지도록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되는 효과다. 전세금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방지하고, 깡통전세 가능성도 낮추게 된다. 만약 법안 도입 과정에서 공시가격의 120% 이내라는 상한선을 100%로 줄이면 실제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강제성이 생길 수 있다.

표준임대료가 도입되면 신축 아파트를 보유한 임대인이나 학군지라 전월세 수요가 높은 대치·목동 등의 아파트를 보유한 임대인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가격은 실수요자 시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수요가 많은 곳일수록 공시가격 대비 전세가가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맞물려 거론되는 것이 전세 계약 5% 상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는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청구하는 경우 5% 이내로 협의하에 전세가격을 올릴 수 있도록 돼있다. 앞으로는 이를 새로운 세입자에게까지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2년에 5%씩만 보증금을 올릴 수 있는 등록 임대사업자와 기준을 같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는 "표준임대료와 상한선 5%룰을 동시에 적용하는 쪽으로 전세 규제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밖에도 세입자에게 전세계약갱신권을 한번 더 부여하는 '2+2+2' 제도가 도입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자녀 학령기가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인 점을 감안해 6년간 거주상황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월세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대책도 거론된다. 대표적인 것이 월세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것이다. 세액공제 최대액을 늘려주는 편을 택할 수도 있고, 소득 기준을 완화해 대상자를 늘릴 수 있다. 현재 월세 세액공제 최대액은 연 750만원이다. 한달에 62만5000만원씩 월세를 내는 무주택 근로자는 연말정산을 하면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연간 총급여가 7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는 표준임대료나 5% 상한선 적용 확대 등 전세가격을 통제하는 식의 방법으로는 당장 치솟는 전세가격을 잠재우진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효용성 문제가 거론된다. 정부가 시세에 가깝도록 공시가격을 계속 올리는 상황에서 공시가격과 연동해 전세가격 상한선을 책정하면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3구 아파트의 전세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전세값과 집값이 함께 급등한 현재 상황에 대입 해봐도 표준임대료 제도 도입이 전세값 안정화를 쉽게 끌어내기 어렵다. 대표적인 학군지의 신축 아파트인 서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사례를 들어보면 이 아파트 전용면적 111㎡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20억5500만원, 공시가격에 120%를 적용했을 때 전세 가능액은 24억6600만원이다. 지난달 25일 이 면적의 전세 실거래가는 16억원이었다.

대치동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전세 물건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하지만, 딱 하나 나와있는 반전세 물건(12억원에 250만원)을 전세로 환산했을 때 전세가격은 20억원 수준이다. 아직 계산한 전세가능액에 4억이나 모자란다"면서 "공시가격을 계속 올리면서 여기에 120%로 연동해서 전세값을 잡겠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재 거론되는 전세가격 안정화 정책을 도입해도 안정화 효과는 미미할 뿐더러 시장 이중가격 형성 문제 등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이면계약이 등장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 임대주택의 질적 수준 하향도 우려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격 안정화는 가격 규제가 아닌 공급을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현재 전세가격이 급등한 것도 임대 물건이 줄어드는 방향의 정책이 쌓인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임대사업자들이 등록한 아파트 유형의 임대주택을 자동말소하도록 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7·10 대책에서 4년 단기임대와 8년 장기임대 중 아파트 임대 유형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국은 연한을 채운 임대주택이 시장에서 매도될 수 있도록 유도해 궁극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을 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반대로 안정적인 임차 물량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실제로 거주해야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세법을 바꾸면서 집주인들이 거주요건을 채우고자 보유주택으로 이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함영진 랩장은 "신축 아파트가 입주할 때 전세물건이 대량으로 나오면서 전세가격이 떨어지는 것처럼 공급을 늘리고, 집을 임대하는 사람들이 늘어야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급물량이 줄어들면 임대인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임차인의 선택권이 줄어드는 역효과만 발생하고, 가격을 통제하면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 세입자만 힘들어진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