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성장률 -5.2→-4.4%로 대폭 상향
한국 성장률은 -2.1→ -1.9%로 소폭 조정
"경제 활동 재개시 선별 지원 점진 축소" 권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후퇴가 당초 예상보다는 덜하다는 판단으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P(포인트) 상향 조정했지만,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이에 비해 훨씬 작은 0.2%P만 올렸다.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 상대국인 미·중간 무역 갈등에 따른 지속적인 불확실성이 경기회복세를 다른 나라에 비해 더 크게 제약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인천공항 출국장이 코로나19로 한산한 모습이다.

IMF는 13일 발표한 이 같은 내용의 ‘9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을 발표했다. IMF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9%로 제시해 지난 6월 전망치인 -2.1%보다 0.2%P 상향 조정했다. 다만 IMF가 지난 4월 내놓았던 전망치인 -1.2%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만약 이 전망치가 한국의 실제 경제성장률로 이어진다면,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IMF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은 2.9%로 내다봤다. 정부가 기대하는 3% 이상 경기 회복이 어렵다는 게 IMF의 판단이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4.4%로, 지난 6월 전망치인 -5.2%보다 0.8%P 상향 조정했다. 상향 조정의 이유로는 2분기 GDP 성장률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대 이상의 경기 회복을 보였다는 점을 언급했다. 선진국의 경제 활동이 ‘락 다운’ 조치가 축소된 5~6월에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됐고, 3분기에 강력한 경제 회복 신호가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IMF는 내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은 5.2%로 지난 6월 전망치인 5.4%보다 소폭 내려잡았다.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2차 확산 등이 예상된다는 점 등을 감안한 조치다. IMF는 "2020년 전망 상향에 따른 기저효과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IMF는 또 세계 경제 성장 전망 하향에 대해 "선진국과 신흥개발도상국을 가릴 것 없이 실업률이 치솟고 실질 GDP 성장률과 잠재 성장률 간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을 시사한다"고 썼다.

IMF는 이번 세계경제전망에서 선진국 성장률을 6월 전망치보다 2.3%P 상향한 -5.8%로 내다봤다. 특히 미국은 -8.0%에서 -4.3%로, 유로존은 -10.2%에서 -8.3%로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 그 외 독일은 같은 기간 1.8%P 상향한 -6%, 프랑스는 2.7%P 올린 -9.8%, 이탈리아는 2.2%P 상향한 -10.6%로 전망했다. 일본도 6월 전망치보다 0.5%P 올린 -5.3%로 내다봤다.

반면 신흥개도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이 기간 0.2%P 하향 조정해 -3.3%로 제시했다. 중국(1.9%)의 경제 회복에도 불구, 인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한 침체를 반영해 -5.8%P 내린 -10.3%로 제시한 데 따른 조정이다.

IMF가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이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상향했음에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조정에 그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중국, 독일 등 주요국의 2분기 이후 경기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한 반면, 한국의 경기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완만하다는 게 IMF의 판단이다. IMF는 "한국은 대외 수요 약화에 따른 수출 부문 타격으로 2분기 GDP가 예상보다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가 지난 9월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국제기구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지난 2분기 -31.7%(이하 연율 기준) 역성장한 미국 경제는 3분기에는 21.2% 성장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한국은 2분기 -2.7%(이하 전년 대비)에서 3분기 -1.5% 역성장이 지속할 것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10월 IMF 세계경제전망.

또한 이번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음에도, IMF는 다른 기관들에 비해 가장 비관적인 성장 전망을 제시했다. 대부분의 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 초반으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1.0%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8월 말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에서 1.1%P 낮춘 -1.3%로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내다봤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0.8%, S&P는 -0.9%, 피치는 -1.1%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에 대한 전망도 IMF가 가장 비관적이다. ADB는 3.3%, IMF는 3%, KDI는 3.5% 등으로 3%대의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IMF는 2%대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IMF 분류상 선진국 39개국 중 세 번째, OECD 회원국 37개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주요 교역국의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수출수요 회복과 4차 추경 등 정부의 적극적 정책대응에 힘입어 성장 전망이 상향됐지만,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내수‧서비스 부문 회복 지연으로 상향 조정 폭이 제약됐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날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함께 IMF의 정책 권고 사항을 소개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IMF는 "위기 지속 시에는 필요한 정책지원을 다하는 한편, 향후 재정지출 증가에 대비해 재정여력을 확보하라"며 "재정준칙이 있는 경우, 적용을 한시 유예하고 추후 긴축을 통해 준수로 회귀하라"고 했다. 또 "소득세와 재산세 등 부유층에 대한 누진세율을 인상하고 디지털세에 대한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늘어난 보건 수요에 대비한 재원을 확보하고, 보건 분야에 우선 지출하라"면서 "코로나19 확산이 심화되는 경우 선별적·한시적 조세감면, 직장폐쇄시 임금보조, 실업급여 자격기준 완화 등으로 피해계층을 지원하고, 재교육을 강화하라"고 했다.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 선별 지원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공공 투자와 취약계층 지원 등으로 자원을 재배분하라고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