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 불균형·경기 회복세에 금리 여력 제한
장기 금리 상승세…국고채 단순매입 가능성 주목
오는 14일 한국은행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연 0.50%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경기하방 압력이 커졌지만, 역대 최저금리인 연 0.50%에서 금리를 더 내리기에는 자산쏠림과 같은 부작용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10월 금통위 메시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국채매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이주열 총재의 메시지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미 한 달 여 전 국고채 5조원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코로나 대응 등으로 늘어난 적자 국채 발행 물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시장에서는 대규모 국채 인수 등으로 양적완화를 확대하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에 비해 한은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국고채 단순매입 등 추가 시그널에 촉각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에서 국고채 단순매입 관련된 언급이 나올지 여부에 주목했다. 지난달 한은이 연말까지 5조원 규모 단순매입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지만, 여전히 수급불균형 우려가 남아있다는 것이다. 특히 장기금리가 현재 수준보다 더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한은이 매입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은은 매입 계획을 발표한 후 2조원 가량 국채를 시장에서 샀다. 그러나 국채 10년물 등 장기 금리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분위기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10% 오른 연 1.553%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7월 말까지만 해도 연 1.296%였던 금리는 지난달 초 연 1.5%를 넘어섰다. 이후 한은의 국고채 매입 조치로 안정을 찾았지만 여전히 연 1.4~1.5%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로 인해 기준금리와 국고채 10년물 금리 격차는 지난달 초 100bp(1bp=0.01%p)대에서 90bp대로 감소한 뒤 지난 8일에는 104bp까지 벌어졌다.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 차는 지난 9월 1일 60.5bp에서 지난 8일에는 63.6bp까지 확대됐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장단기 금리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채권 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기 위해서라도 국채매입 규모가 5조원보다 더 늘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매입 5조원 중 2조원은 실행이 됐는데 나머지 3조원으로는 시장의 물량 부담을 해소하기 미흡하다"며 "비전통적 수단에서 한은이 시장에 줄 수 있는 시그널은 국고채 단순매입 뿐"이라고 했다.
◇ 기준금리 동결 전망…경기 회복·자산 쏠림 부담
한은 금통위가 연말까지 기준금리 동결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국채 매입 확대 전망을 나오게 하는 지점이다. 금통위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3월과 5월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내리면서 역대 최저인 0.50%에 도달했다. 지난 8월 금통위에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하지만,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를 더 낮출지 여부는 기대효과와 부작용을 같이 따져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추가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배경은 가계대출 증가, 주택시장 자금쏠림 등 금융불균형 문제 때문이다. 8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코로나에 따른 완화적 통화정책이 경기 위축에 대응한 가운데, 자산시장으로 자금쏠림 등 부정적 영향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광복절 이후 코로나 재유행 등으로 경기가 주춤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흐름 자체는 정상 쪽으로 다가가고 있다"며 "최근 불거진 부동산 시장 과열 문제 등도 한은의 금리 움직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한은이 금리 이외의 국채 매입 등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의 효과를 확대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미 연준은 제로금리로 금리를 낮춘 후 지난 3월부터 미 국채를 매달 800억달러씩 매입하고 있고, ECB도 1조3500억유로 규모의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가동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감당하기 위해서도 한은이 국채 매입 확대로 측면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기본적인 국채 발행 물량이 너무 크다. 수급 부담이 없을 수 없는 만큼 일정 부분 한은이 개입해서 시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보다 국채매입, 유동성 필요한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양적완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이 이같은 요구에 적극적으로 화답할지는 불확실하다. 한은 내부에서는 5조원 국고채 단순매입을 발표한지 한 달 여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의사를 밝히는 건 섣부르다는 분위기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연말까지 정례화 수준의 단순매입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프로그램을 발표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며 "일각에선 내년 단순매입 가능성이나 관련 발언을 기대하고 있지만 한은이 굳이 벌써부터 그 카드를 소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