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 8일 국내외에서 12번 화재가 발생한 코나 일렉트릭을 리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해외에서도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GM, 아우디, 볼보 등 회사와 차급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4일 오전 대구 달성군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코나EV 화재 사고가 일어났다.

12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8일 국내에서 코나 일렉트릭 2만6000여대를 리콜하기로 한 데 이어, 해외에서도 5만1000여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북미 1만1000여대, 유럽 3만7000여대, 중국과 인도 등 기타 지역 3000여대로, 전체 리콜 차량은 7만7000대에 이른다. 리콜한 차량에 대해선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업데이트하고, 배터리 셀을 점검한 뒤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새 배터리로 교체하게 된다.

코나EV 화재 사고는 지금까지 해외에서 4건, 국내에선 9건이 확인됐다. 그간 사고에서 충전기 연결 여부나 충전 완료 여부 등은 제각각이다. 특히 작년 9월 오스트리아에서는 코나EV 주행 중 불이 나기도 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코나EV의 화재 원인은 배터리 셀 제조 불량이다. 국토교통부는 자동차안전연구원의 결함 조사 결과 제조 공정상 품질 불량으로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에 있는 분리막이 손상돼 내부 합선으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배터리 제조사인 LG화학은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으며, 배터리 불량이라고 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향후 책임소재를 밝힐 여지가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는 보통 배터리 안전을 위해 10% 정도는 배터리를 실제로 운용하지 않고 남겨두며, 여기에 추가로 배터리 충전률(SOC)을 제한하는 등 한번 더 안전 마진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차가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안전마진을 적게 설정했는지 등이 추가로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9월 우크라이나에서 있었던 쉐보레 볼트 EV 화재사고,

코나EV 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관련 사고와 리콜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특히 LG화학의 배터리셀을 사용하고 있는 GM의 쉐보레 볼트(Bolt)는 작년 9월 우크라이나에서 코나EV와 같은 상황에서 화재 발생했다. 당시 차주는 차를 완전히 충전하고 10분 동안 운전한 다음 15분 동안 차 안에 있었는데, 몇 시간 후 차가 불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최근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도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 졌다.

아우디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기차 e-트론 540대를 자발적으로 리콜한 바 있다. 배선결함으로 습기가 개별 배터리 셀에 스며들어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해당 문제로 인해 화재나 부상 등이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때문은 아니지만 유럽에서 지난 7월 출시된 후 인기를 끌었던 볼보 폴스타2도 최근 유럽과 중국에서 2200여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폴스타2는 전기차 천국이라 불리는 노르웨이 9월 신차 판매에서 전체 3위를 차지하는 등 테슬라 '모델 3'보다 많이 팔려 주목을 받았다.

폴스타2의 이같은 문제는 배터리 에너지 제어 모듈(Battery-energy control module) 소프트웨어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무선 업데이트로 해결할 수 있지만 내년 초까지 폴스타2에 무선 업데이트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아 직접 센터로 방문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