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 소재 돼지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출하 앞둔 돼지.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강원 화천군 양돈농장에서 발생했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전날 강원 철원군 소재 도축장을 예찰하던 중 화천군 양돈농장에서 출하된 어미돼지(모돈) 8두 중 폐사한 3두가 ASF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사육 돼지에서 ASF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10월 9일 이후 만 1년 만이다. 화천 지역의 경우 멧돼지에서 ASF가 발병한 사례는 있었지만, 사육돼지에서 ASF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그 동안 사육돼지에서 ASF가 발생한 곳은 파주·연천·김포·강화 등의 지역이다. 약 43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고, 그 결과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했다.

ASF는 감염 돼지의 폐사율이 10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 약이 개발되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는다. 이 병은 감염된 돼지 및 돼지 생산물의 이동, 오염된 남은 음식물의 돼지 급여, 야생멧돼지 등을 통해 발생한다. 잠복기는 3일에서 최장 21일로 알려졌다.

ASF가 발생한 화천의 양돈농장은 철원군 도축장에 어미돼지(모돈) 8두를 출하했다. 이들 돼지 중 3두가 폐사하자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이를 정밀분석했고, 그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내렸다. 해당 화천군 양돈농장은 돼지 94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중수본은 또 해당 농장의 돼지 전부와 인근 10㎞ 내 양돈농장 2곳의 사육돼지 1525마리를 모두 살처분할 방침이다. 이미 이날 오전 5시부터 11일 오전 5시까지 48시간 동안 경기·강원의 돼지농장과 도축장·사료공장·출입차량 등 축산시설 등에 대해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발령했다.

ASF 차단에 안간힘을 쏟아 온 방역당국 양돈농가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방역당국은 방역 관리를 병행하면서도 1년 전 ASF 발병 여파로 움츠러들었던 양돈업의 영업 제약을 점차 완화하던 상황이다. 중수본은 지난 9월 9일 경기·강원 지역의 사육돼지 살처분·수매 농장 261호에 대해 재입식(돼지를 다시 들임) 절차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도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ASF가 지난해 10월 9일 이후 사육돼지에서 추가로 발생하지 않아 없어 살처분·수매 농가의 생계 안정 차원에서 재입식 절차에 착수했다"며 "여전히 확산 위험이 있는 만큼 정해진 요건을 완비한 농장부터 재입식하고 방역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강원도에서는 그동안 358건의 ASF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됐다. 지역별로는 화천 290건, 철원 33건, 양구 15건, 인제 13건, 고성 4건, 춘천 3건 등이다. 민간인통제선 안쪽(북쪽)에서는 52건, 바깥쪽(남쪽)에서는 306건이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야생 멧돼지로 이로 인한 감염 경로를 차단하고자 광역 울타리를 설치하고 야생멧돼지 남하를 막았다. 화천군과 철원군 등 5개 접경지역의 17개 읍면 162개리를 제한적 총기 포획 지역으로 확대했다. 또 650명의 포획단을 운영하고 포획 틀과 포획 트랩을 각 757곳과 365곳에 설치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포획한 야생멧돼지는 총 2만8397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