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조선 부산' vs '롯데 시그니엘 부산'… 해운대 쟁탈전 본격화
코로나19에 호텔산업 직격탄… 신세계·롯데도 실적 악화
공격적 사업 확장 지속… "'포스트 코로나' 호텔 수요 회복 대비"

양대 '유통공룡' 신세계와 롯데의 특급호텔이 부산 해운대에서 정면승부를 벌인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호텔업계 전반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도 양사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그래픽=박길우

7일 신세계조선호텔은 '그랜드 조선 부산'을 개장했다. 그랜드 조선은 신세계조선호텔의 새로운 5성급 독자 브랜드로, 럭셔리 브랜드인 '웨스틴 조선호텔' 다음 등급인 '어퍼 업스케일'급이다. 앞서 그랜드 조선 부산은 지난달부터 사전 예약 행사를 진행하는 등 초반 흥행을 위한 모객에 총력을 기울였다. 호텔 관계자는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한글날 '황금 연휴' 등이 맞물리면서 신규 개관 호텔의 평균적인 초기 예약률을 넘어섰다"라고 말했다.

당초 그랜드 조선 부산은 8월 말 개관할 예정이었지만, 올 여름 부산 지역을 덮친 기록적 폭우로 일부 시설이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일정을 미뤘다. 옛 해운대 노보텔 앰배서더 부산 건물을 개조한 그랜드 조선 부산은 330개 객실과 해운대의 아름다운 전망을 강조한 실내·외 수영장과 사우나, 피트니스 등 웰니스 시설과 다양한 식음업장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앞서 해운대에 문을 연 롯데호텔의 '시그니엘 부산'과 그랜드 조선 부산간 거리는 직선 거리로 500m다. 이에 업계에서는 양측의 치열한 경쟁을 예상하고 있다.

◇ 신동빈의 '시그니엘' vs 정용진의 '그랜드 조선'… 해운대 맞대결

롯데호텔은 지난 6월 해운대에 '시그니엘 부산'을 열었다.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겸 대표이사와 송용덕 부회장 등 그룹 최고위 임원들을 대동한 채 개관식에 참석해 시그니엘 부산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시그니엘'은 롯데호텔의 최상위 브랜드다. 시그니엘 부산은 지역 최고층 빌딩(101층)인 엘시티 타워 지상 3~19층에 260실 규모로 들어섰다. 전 객실이 파노라믹 오션뷰로, '시그니엘 서울'에는 없는 뷔페 레스토랑 '더 뷰'와 친환경 프리미엄 코스메틱 브랜드 '샹테카이 스파'를 비롯해 야외 인피니티 풀과 웨딩홀, 패밀리·키즈 라운지 등을 선보였다.

(왼쪽부터) 지난 6월 17일 '시그니엘 부산' 개관식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지난 7월 '시그니엘 부산'을 방문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시그니엘 부산도 그랜드 조선 부산 개관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시그니엘 부산과 그랜드 조선 부산의 주 타깃층이 다르다며, '윈윈(win-win)'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현재 두 호텔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객실 가격을 보면 시그니엘 부산의 평균 가격대가 그랜드 조선 부산보다 높다"며 "주 고객층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인 상품 경쟁보다는 해운대 인근의 관광 시장의 파이를 함께 키워나갈 수 있는 선의의 경쟁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발 주자'인 신세계 조선 호텔도 시그니엘 부산을 의식하는 모양새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7월 시그니엘 부산을 방문하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인증 사진을 올렸다. 당시 정 부회장은 롯데 측에 사전 연락 없이 개인 자격으로 시설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정 부회장의 경쟁사 방문을 두고 업계 안팎에선 많은 해석이 나왔다.

신세계조선호텔 측도 '출혈 경쟁'보다는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주목한다는 입장이다. 신세계조선호텔 관계자는 "해운대 지역의 호텔 시장을 활성화하고 확대하는 데 두 호텔에 공동의 책임과 역할이 있다고 본다"며 "해운대에 다양한 콘텐츠를 구비한 새 특급호텔이 두 곳이나 생겼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낼 거라 기대한다"고 했다.

◇ 코로나19에 호텔업 직격탄… 롯데·신세계 호텔 경영 악화

현재 호텔산업은 코로나19 악재를 만나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1~9월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피해액은 약 10조7385억여원에 달한다. 또 9월 기준 관광진흥법상 업종의 피해 규모는 약 9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호텔업의 피해 규모는 약 1조84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호텔과 신세계 조선 호텔도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양사 모두 상반기 실적이 크게 악화했고, 지난 3~4월부터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실시하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중이다.

그래픽=박길우

롯데호텔을 운영하는 호텔롯데는 지난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34.6% 감소한 1조874억원, 영업손실은 791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2분기 역시 매출은 8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289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폭이 크게 늘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1분기 매출액은 45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5.4%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48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180억원의 적자를 냈고, 매출액은 312억원으로 전년 동기(499억원) 대비 37.5% 감소했다.

특히 신세계조선호텔은 유동성 위기로 올 초 모회사인 이마트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긴급 지원받기도 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2018년 첫 독자 브랜드인 부띠크 호텔 '레스케이프'를 출범하면서 2023년까지 5개 호텔브랜드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지만, 레스케이프호텔을 개관 이후 줄곧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며 누적 적자가 1000억원 규모로 늘어난 상태다.

◇ 롯데 '해외 진출 속도'·신세계 '신규 호텔 줄오픈'… "포스트 코로나 대비"

이런 가운데 양사는 공격적으로 호텔 사업을 확장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뷰에서 "향후 5년간 인수합병을 활용해 현재 약 1만5000개인 전 세계 객실을 2배 수준인 3만개로 늘릴 것"이라며 사업 확대 의지를 밝혔다. 시그니엘 부산 개관에 이어 지난달에는 미국 시애틀에 미국 내 3호 호텔이자 12번째 해외 호텔인 '롯데호텔 시애틀'도 열었다. 아울러 영국과 일본 등으로 진출도 검토 중이다.

신세계조선호텔은 내년 상반기까지 독자 브랜드를 포함한 신규 호텔 5곳의 개장을 앞두고 있다. 당장 이달 말 서울 을지로3가에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명동' 개관을 앞두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제주 중문단지에 기존 켄싱턴 호텔 제주를 개조한 '그랜드 조선 제주'를 열고, 같은 달 경기 판교에 '그래비티 서울 판교, 오토그래프 컬렉션'을 개관한다. 또 내년 4월에는 서울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 부지에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럭셔리 컬렉션 호텔'을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호텔 업계의 이런 움직임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호텔의 주고객층인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했지만, 향후 상황이 진정되면 관광 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또 국내에서는 자유 여행객의 '호캉스(호텔+바캉스)'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롯데의 경우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호텔 사업 정상화가 중요하다. 롯데그룹은 2016년부터 롯데호텔 운영사인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왔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다음으로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호텔롯데 지분 일부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갖고 있다. 호텔롯데를 상장하면 일본 롯데 지분율을 낮춰 지배력을 강화하고,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덜어내는 효과가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호텔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실적 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거란 관측이다. 안진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신규 호텔 사업이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국내 호텔은 외국인 비즈니스 수요에 기반한 객실 매출액이 주된 수입원이라는 점과 신규 호텔 증가로 인한 객단가 하락, 초기 비용 투자와 고정비를 감안하면 투자금 회수 기간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