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보급 1위 한국, 충전소는 꼴찌 수준"

한국이 수소 생산과 저장·운송 분야에서 경쟁국 대비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발전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수소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해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8일 발간한 '수소 경제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전경련은 "에너지 자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이 연구개발(R&D)를 통한 원천기술 확보와 인프라 구축과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한 수소연료전지 트럭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한국 수소충전소 日의 3분의 1·美의 절반…인프라 구축 시급"

수소경제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산업과 시장을 뜻한다. 수소경제의 가치사슬(value chain)은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으로 이뤄진다. 수소는 활용 과정에서 온실가스, 미세먼지 등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고 화석연료 대비 효율이 높아 미래 청정에너지로 손꼽힌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세계 2050년 수소시장은 2조5000억달러(약 2940조원) 규모로 성장해 전체 에너지 수요의 18%를 차지할 전망이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약 20%에 해당하는 4억대의 승용차와 2000만대의 상용차에도 수소가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의 약 20%가 수소를 통해 이뤄지면서 기후변화 대응에도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수소경제도 같은 기간 70조원으로 성장하고 60만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은 수소차, 연료전지발전 등 수소 활용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소수차 보급 대수는 4194대로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수소연료전지 발전량도 408메가와트(MW)로 1위다. 현대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트럭 양산 체계를 갖추고 2025년까지 10톤급 수소트럭 1600대를 스위스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경련은 "한국의 수소 산업 투자가 활용 분야에 지나치게 쏠려 있고, 기술력 역시 미국, 일본, 독일 등 선도국에 비해 뒤쳐져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수소 경제 관련 특허 출원 중 한국의 비중은 8.4%로 약 30%인 일본 등 주요국에 비해 낮다.

또 높은 수소차 보급량에 비해 충전소가 일본의 3분의 1,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쳐 소비자들의 불편과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 수소 R&D 50% 이상 수소 활용에 편중…"생산·저장에도 투자해야"

한국과 달리 주요국은 수소 생산기술 개발, 해외 수입 등을 통한 수소 확보,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은 수소생산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해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 개발에 집중해 2030년까지 20~40GW(기가와트) 규모의 수전해 발전 시스템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수소운송 파이프라인을 현재 1600km에서 6800km까지 확대해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2030년까지 호주와 브루나이에서 생산하는 수소를 수입하는 국제 수소수입망을 구축해 충분한 수소를 확보하는 전략을 세웠다. 수소충전소는 현재 112개에서 900개로 늘리고 가정용 연료전지발전기도 10만대에서 530만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풍력 발전 기반 수소생산 기술 개발(Wind2H2 프로젝트)을 추진,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수소 인프라 확충에 나선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030년까지 수소충전소 건설에 2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충전소 설치비를 최대 90% 지원하고 있다.

전경련은 한국이 수소 경제 활성화를 위한 로드맵을 갖췄으나 수소 산업 생태계가 수소 활용 분야에 치중되어 있어 생산과 저장·운송 부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소경제 구축의 목표 중 하나가 에너지 자립에 있는 만큼 자체적인 수소 생산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 R&D 현황을 살펴보면 최근 5년(2016년~2020년) 간 52%가 수소 활용 분야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 생산과 인프라 부문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각각 22.9%와 12.9%에 불과하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한국이 강점을 가진 수소 활용 분야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수소 확보와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라며 "정부는 수소 생산, 인프라 부문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수소충전소 확충과 더불어 공공부문의 수소차 구입을 늘려 초기 시장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