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관련 기금 집행률 80%↑ 지자체 17개 중 6개
전남 7억·세종 43억·대전 62억 남아
"총선 직전 정부가 재난 기금 집행 독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수십 년간 모아온 재난관리·재해구호기금을 올해에만 70% 이상 사용한 것으로 5일 나타났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이날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재난기금 집행률 및 2020년도 잔액'에 따르면 올해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난관리기금 집행률은 72%(7월 말 기준), 재해구호기금 집행률은 78.6%(8월 말 기준)로 나타났다.

지난달 8일 오후 전북 장수군 번암면 교동리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주택을 덮쳤다. 소방당국은 이 주택에 2∼3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하고 굴착기 등을 동원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재해구호기금과 재난관리기금은 각각 1962년과 1997년부터 법정적립액 기준에 따라 모아온 재난 비상금이다. 재난관리기금은 최근 3년 보통세 수입 결산의 1%, 재해구호기금은 0.5% 이상을 적립하도록 돼 있다. 다만 지자체 재정 상태에 따라 미달이 발생하기도 한다. 재해구호기금은 화재·붕괴·폭발 등 사회재난으로 인한 구호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는 데 쓰이고, 재난관리기금은 재난으로 인한 복구, 피해 확산 방지, 재난 대비 교육 및 점검 등에 쓰인다.

작년까지만 해도 재난관리기금의 지자체별 평균 집행률은 10~15%, 재해구호기금은 1~2% 수준이었다. 올해를 제외하고 최근 5년동안 두 기금이 가장 많이 집행된 때는 지난해로 재난관리기금의 15%, 재해구호기금 2.1%가 쓰였다. 연도별로는 2016년에는 각각 10%와 1%, 2017년에는 11%와 1.2%, 2018년에는 13%와 1.4%를 집행했다.

전체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인천·경기·전남 등 6개 지자체는 재난 관련 기금을 80% 이상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은 재해구호기금의 98%를 집행해 7억 2000만원이 남았고, 98.5%의 재해기금을 집행한 대전광역시는 62억 남아있는 데 그쳤다.

서 의원은 "정부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이후 각 지자체가 경쟁하듯 주민 대상 코로나 지원금을 편성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총선 직전 정부가 지자체에 재난 관련 기금 적극 집행을 독려하는 공문을 발송, 재난기금의 사용 요건을 대거 완화하며 이러한 경향이 강화됐다"고 했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5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재난기금 집행률 및 2020년도 잔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