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로 한데 대해 시민단체들이 "당장 중단하고 내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될 새 시장에게 의사결정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서울시가 발표한 광화문광장 일대 변경계획안.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9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는 5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사업을 추진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공식적·공개적으로 이 사업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났다"며 "대행 체제의 서울시 공무원들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결정하고 빠르게 집행하려는 것은 권한 행사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했다.

또 "안타깝게도 이미 박 전 시장이 고인이 됐기 때문에 임기 안에 반드시 추진해야 할 이유는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광화문광장을 세종문화회관쪽으로만 확장하는 '서쪽 편측안'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들은 "광화문광장 동쪽에 주한미국대사관이 있어 광장 조성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서울시는 광장을 양측으로 확장하거나 동쪽으로 확장하는 안을 채택하기 어렵다고 변명해왔다"며 "미 대사관이 몇년 뒤 용산으로 이전할 때까지만을 고려한 근시안적인 계획이라면 추진하지 않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서울시가 발표한 광화문광장 일대 변경계획안.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서쪽을 확장해 나무를 심은 공원형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광화문광장을 서쪽으로 확장한 공간에 나무 등을 심어 '공원형 광장'을 건설하겠다는 것 역시 집회·시위를 억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들은 "나무심기는 이미 삼성 종로타워 등지에서 시민들의 자유로운 집회와 시위를 방해하는 방법으로 악용된 바 있다"며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시민의 기본권이 원칙적으로 보장되는 한에서 다른 시민과 주민들의 피해를 덜어주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으로 발생할 차량 통행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서울시는 4대문안 혼잡통행료 부과와 같은 차량 수요 억제 정책을 전혀 내놓지 않았다"며 "대중교통체계 개혁이나 다른 선진국에서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의 확대 방안도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사전실험과 검증에 대한 계획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의 교통체계를 혁신하는 계기가 되지 못한다면 새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은 그저 서울의 얼굴화장만 고치는 전시성 사업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광화문 앞 '경복궁 월대 복원'을 추진하는 것 역시 문제라고 비판했다. 지난 7월 착공에 들어간 세종대로 사람숲길 조성사업에 이어, 올해 말부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경복궁 월대 복원사업까지 4년 동안 광화문광장 일대가 공사장이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졸속으로 추진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형태나 교통, 역사성, 시민 이용 등 기존 광장의 문제점을 제대로 개선하지 못한 것"이라며 "본질적 가치를 담지 못한 상태에서 1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광화문광장의 본질이 토건세력을 위한 사업임을 입증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화문광장 상업의 결정과 집행을 중단하고 새 시장에게 넘길 것 ▲새 계획에 광범위한 사회적 토론의 결과를 포함할 것 ▲시민단체와 서울시 부시장단과 긴급 간담회를 진행할 것 등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박 전 시장의 보류 선언 1년여만에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종문화회관 방향 광화문광장 서측 도로를 없애고, 동측 도로를 현재 5차선에서 최대 9차선을 확장하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은 위치를 옮기지 않고, 지하공간을 개발도 않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번달 말부터 도로 확장 공사부터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