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첫 달 '2억원' → '0원'
산하 공공기관 참여도 저조
"일회성에 불과...대표적인 전시행정의 모습"

"요즘 어려우시죠, 제가 다음에 올 것도 미리 결제하고 갈게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4월 '착한 선(先)결제 캠페인' 홍보 영상에서 한 말이다. 중기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자주 찾는 음식점 등에 미리 결제를 해두고 재방문하자는 내용의 캠페인을 기획했다. 중기부는 4월 첫 달 11개 산하 공공기관과 함께 591개 음식점 등에서 약 2억원을 선결제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시행한 '착한 선결제 캠페인'에 출연한 박영선 중기부 장관(왼쪽)과 정세균 국무총리.

그런데 첫 결제 이후 다음 선결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권명호 의원이 5일 중기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난 4월 음식점 214곳에서 약 7662만원을 선결제했다. 그러나 이후 5월, 6월, 7월에는 선결제를 한 내역이 없다. 지난 4월 이후 중기부의 선결제 집행 액수는 '0원' 이었다.

중소기업진흥공단·기술보증기금·기업기술정보진흥원 등 중기부 산하 기관의 선결제 액수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산하 기관들은 지난 4월 377곳에서 1억2460만원을 선결제에 사용했으나, 5월 147곳(4390만원), 6월 100곳(3787만원), 7월 20곳(343만원)으로 점차 줄었다. 당초 중기부는 산하 기관들과 부서별로 3개 내외 음식점을 정해 부서운영비로 일정 금액을 선결제하겠다고 했다.

중기부는 앞서 타 정부부처와 기업들의 동참을 촉구하며 대대적인 홍보를 벌였다. 영화배우 안성기, 유준상, 정세균 국무총리,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직접 출연해 공익광고를 만들었다. 이 광고는 부산국제광고제에 출품해 수상하기도 했다.

세제혜택도 제공했다. 정부는 민간 참여를 늘리기 위해 7월까지 모든 업종에 대한 신용카드·체크카드 등 소득공제율을 80%로 확대하고, 또 개인 사업자 소득세와 법인세에 세액공제 1%를 적용했다.

권명호 의원은 "정부가 코로나19 등으로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들을 위한다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착한 선결제를 들여다보니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했다"며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두 번 울리는 기만적 행태를 보며 정부의 진정성이 의심되며, 코로나 사태를 자신들의 이미지 쌓기로 철저하게 이용하는 것에 국민들은 엄청난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차남수 연구위원은 "선결제 캠페인은 코로나로 소상공인 점포에 발길이 끊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정책"이라며 "중앙 정부에서 나서서 민간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과 충분한 지속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도 "대표적인 전시행정의 모습"이라며 "크지 않아도 소상공인들의 자금 융통같은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인데, 의지가 있었다면 집행률까지 신경써가며 시행을 이어갔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