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구글플레이가 2019년 3월 출범한 '창구 프로그램'은 국내 앱·게임 개발사의 성장과 해외 시장 진출을 돕는 '스케일업(Scale-Up)' 프로그램이다. 올해 창구 프로그램은 참여 개발사를 확대 모집하고 보다 늘어난 자금과 세분화된 교육·컨설팅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조선비즈가 창구 프로그램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국내 앱·게임 개발사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김용수 키글 대표 인터뷰
창업 6년만에 앱 100여개 출시, 누적 다운로드 4000만
뽀로로, 타요, 폴리 등 어린이 취향 저격 콘텐츠로 흥행
"창구프로그램으로 글로벌 진출 속도… 해외 유입 급증"
"아이들 놀이기구 잔뜩 있는 플랫폼 만들겠다"

3살배기 아이를 둔 부모는 육아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식당을 찾았다. 하지만 집밖에서도 육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낯선 환경에 놀란 아이가 귀청이 찢어질 듯 울었기 때문이다. 식당 주인, 종업원, 손님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이때 서둘러 꺼낸 휴대폰에서 나오는 경쾌한 소리 "뽀로로~콘!". 그리고 아이는 눈앞에 펼쳐진 뽀로로의 세계에 빠져들고 울음소리는 뚝 그쳤다.

키글에서 만든 '뽀로로콘'은 한때 '뽀통령(뽀로로+대통령)'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시킨 캐릭터 '뽀로로' 기반의 어린이 놀이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이 앱에는 뽀로로뿐 아니라 또 다른 인기 캐릭터 '꼬마버스 타요'도 있다. 아이들은 자신의 얼굴 사진으로 만든 아바타로 활동하며 뽀로로, 타요가 나오는 수백가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한글, 영어, 동요, 습관, 직업, 과학 등 각 테마별로 구성된 놀이와 동화가 가득하다.

뽀로로콘은 대표작 중 하나일 뿐 키글에서 제작한 앱은 100개가 넘고 이들 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모두 합해 4000만 이상(안드로이드 기준)이다. 2015년 설립된 키글이 매년 20개가량의 앱을 선보인 것이다. 이처럼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앱들이 워낙 많다 보니 어느덧 키글이라는 브랜드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필수품'이 됐다.

키글은 지금까지 뽀로로, 타요, 폴리 등 외부 파트너사 캐릭터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체 IP도 만들어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키글의 창업자 김용수(35)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온갖 볼거리가 있는 넷플릭스처럼 키글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가 잔뜩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서초구에 있는 키글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나 키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용수 키글 대표.

-키글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주로 앱과 영상을 만드는 회사다. 미션은 "kids first playground'다. 아이들의 생애 첫 번째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오늘날 아이들에게 유튜브가 첫 번째 영화관이라면 키글은 첫 번째 놀이터를 지향한다. 휴대폰으로 놀이를 하는 시기가 직접 바깥에 나가서 노는 놀이터를 접할 때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들이 아이와 항상 놀아줄 수 있다면 좋은데 그러지 못할 때 아이 혼자 놀 수 있도록 키글이 돕고 있다. 아이들에게 유해하지 않으면서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대표 앱, 대표 서비스는 무엇인지.
"파트너사 IP를 활용한 앱으로 '뽀로로콘' '타요콘' '폴리 구조본부' '폴리 지진안전' 등이 있다. 주로 캐릭터 특성을 살려서 만든 게임들이다. '폴리'는 구조 캐릭터니까 구조하는 놀이에 활용되고, 타요는 자동차라는 특성에 맞춰 직업놀이 쪽에 초점을 뒀다. 뽀로로는 배변활동 같은 습관놀이 등에 등장한다. 영상 서비스로는 유튜브에 '키글TV' '키글토이' '키글게임' '키글차트쇼' 등 다양한 채널을 운영 중이며 총 구독자 수가 150만이다. IPTV에도 뽀로로TV라는 OTT 앱을 운영중이다."

-수익은 어디서 발생하나.
"모바일 앱 매출원은 크게 두 가지다. 인앱결제를 통한 정액제나 앱에 딸린 광고에서 발생한다. 여기에 유튜브 광고수익과 IPTV 정액 결제 후 분배되는 수수료 등이 있다. 지난해 매출이 19억원이고 창업 이후 누적 매출은 총 67억원이다. 창업 후 5년간 투자금 없이 매출만으로 회사를 운영하며 정부지원금도 받고 외주를 병행했다. 외주는 주로 파트너사에게 필요한 앱과 영상 등 콘텐츠를 개발해주는 용역인데 지난해부터 하지 않고 있다. 오리지널 IP를 활용한 신규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서다."

-창업은 어떻게 하게 됐는지.
"애니메이션 전공으로 미대를 다니던 중에 우연한 기회로 '프랭키와 친구들'이란 만화 시나리오 제작에 참여했다. 이 일이 계기가 돼 아이코닉스라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꼬마버스 타요' 본편 2기에 작가로 활동했고 이후 약 5년간 뽀로로, 타요 시리즈물에도 참여했다.

그러던 중에 개발자 친구 덕분에 앱에 흥미가 생겨 일과 사업을 병행하게 됐다. 2011년 출시한 '단축번호 노라조'라는 앱이 있는데 글로벌에서 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예상 외로 흥행했다. 재미가 붙어서 다양한 앱들을 만들다가 2015년 3월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생각에 어린이 콘텐츠를 타깃으로 한 키글을 세우게 됐다."

-창업 이후 100개가 넘는 앱을 개발했다. 보통 1년에 하나 만들기도 힘들지 않나.
"어린이 콘텐츠 특성상 앱을 오랜시간 쓰기보다는 장난감처럼 금방 질리기 때문에 어지간한 개수로는 어필하기 어렵다. 초기부터 앱을 되도록 많이 내자는 전략을 택했다. 똑같은 소재라고 해도 어떤 캐릭터가 나오는가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같은 콘텐츠에서 펭귄이 하는 것이랑 버스가 하는 것이 다르듯 비틀면 다양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다만 실제 콘텐츠 볼륨이 큰 앱은 30~40개 정도라고 보면 된다. 올해는 총 18개 정도의 앱이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데 앱 개발 여력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그래픽=정다운

-해외 진출 성과는?
"누적 매출 67억원 가운데 해외 매출이 13억원으로 20%가량 된다. 다만 아이코닉스 등 타사 플랫폼을 통해 내놓은 경우는 수출로 안 잡히는데, 모두 감안하면 30~40%정도 된다.

앞으로가 관건이라고 본다. 창구프로그램이 계기가 돼서 최근 해외 유입이 급격히 늘고 있다. 프로그램 덕분에 영어 콘텐츠를 확 늘리고 뽀로로콘에 타요를 추가했더니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앱을 쓰게 됐다. 원래 200명에서 왔다갔다 하던 하루 신규유입자 수가 8월부터 늘기 시작하더니 9월 들어 5000명대가 됐다. 광고도 안 했는데 나타난 결과다. 어디서 많이 오는지 보니까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 한국 순이었다. 지금까지 영문 버전만 백업해왔지만 앞으로는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베트남어, 브라질어, 인도어, 러시아어 등 15개 언어, 50억 인구를 만나고자 한다. 2~3년 내로 이러한 언어 체계를 갖추는 게 목표다."

-구글의 창구프로그램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앱 업데이트뿐 아니라 구글에서 진행한 부트캠프 프로그램을 통해 방콕과 자카르타에 직접 가서 현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성장하는 동남아 앱 시장의 데이터를 얻었고 우리만의 미션을 다듬고 전략을 수정할 수 있었다. 귀국 이후 정리한 자료를 토대로 투자도 유치할 수 있었고, 창구프로그램에서 만난 또 다른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통해 조언도 받았다.

순위에 따라 지급되는 지원금도 있는데, 키글은 8등을 해서 2억6000만원을 받았다. 서비스 개발, 확장에 도움이 됐다."

-뽀로로, 타요 등 주로 외부 IP 기반의 콘텐츠들이 흥했다. 키글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자체 IP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오리지널 IP가 잘 된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캐릭터를 빨리 만드는 것보다는 오래 노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지난 5년간 파트너사들과 협업하며 신규 앱과 영상을 홍보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올해 12월 키글에서 직접 만든 캐릭터 '코코비'를 활용한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유튜브에도 코코비를 활용한 동요 영상이 올라올 예정이다. 코코비 콘텐츠는 키글의 4000만 다운로드 앱들과 150만 구독자 채널들을 통해 홍보될 예정이며 파트너사 채널(IPTV, OTT)에도 배급할 예정이다."

-플랫폼 확장 계획은.
"지금은 각 앱과 영상이 따로 출시됐지만 '키글'이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넷플릭스처럼 키글에 들어가면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가 잔뜩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회사를 만드는 게 내 꿈이다. 잠깐 반짝하고 사라지는 대신 꾸준히 성장하고 유지되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 내가 없더라도, 구성원들이 꿈꾸고 동기부여하며 이어지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