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야기한 항공업계 위기가 추석 마케팅 전략까지 바꿔놨다. 항공사들은 지난해까지만해도 명절 음식을 기내식으로 제공하는 등 이벤트 위주였다. 그런데 올해에는 할인 항공권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진에어는 올해 추석 제휴카드로 10만원 이상 결제 시 최대 2만원을 할인해주는 할인 헤택을 제공한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 아시아나항공(020560)은 기내식으로 명절 음식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은 미국과 유럽 등 장거리 노선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디저트로 송편과 식혜를 제공했고,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에겐 감귤 유과를 서비스했다. 2018년에도 같은 기내식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올해는 기내식 이벤트 대신 제휴 카드를 통한 항공권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한다.

제주항공(089590)도 가격 할인 프로모션에 집중할 방침이다. 국내선 항공권을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경우 최대 3만원까지 할인해준다. 제휴 카드 이용 시 최대 1만원을 할인해주는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한다. 다만 지난해처럼 전용 라운지에서 송편과 토란국, 삼색전 등의 메뉴를 제공해주는 이벤트는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해 제주 유람선 이용권 뽑기 이벤트와 기내 마술쇼 등을 진행했던 진에어(272450)도 올해는 가격 할인 프로모션만 진행한다. 다음 달 1일, 2일, 5일 국내선 항공권 예매 고객에게 1만원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제휴 카드로 10만원 이상 결제하면 최대 2만원을 할인해주는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할인 혜택을 더 늘린 항공사들도 있다. 티웨이항공(091810)은 지난해 추석 대구 노선에만 할인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전 노선으로 할인 혜택을 확대했다. 에어부산(298690)은 지난해 항공권을 최대 50%까지 할인해줬는데, 올해는 최대 93%까지 할인율을 높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썰렁한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항공사들의 추석 이벤트가 가격 할인에 집중된 것은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올해는 여객 수요부터 끌어올리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뒀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추석 국내 항공사들의 국내선 예매율은 대부분 60%를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객이 몰린 제주만 70% 이상의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추석 예매율이 80~90%에 달했던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항공사들은 가격 할인과 동시에 운항 편수를 늘리며 대응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여객 수요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상 여객 수요가 넘치는 연휴엔 가격 할인 프로모션을 하지 않는다"며 "올해와 같은 대대적인 할인 행사는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항공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휴에도 여객 수요가 저조하다는 것은 연휴 이후 상황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