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팰리세이드, 블랙핑크-모하비, 임영웅-G4렉스턴, 손흥민-S90
신차의 타겟 연령층·목적·용도·이미지에 따라 모델 천차만별

지난 1월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 열린 2020 그래미 어워즈 행사에서 방탄소년단(BTS)은 현대자동차를 타고 레드카펫에 등장했다. 이들이 타고 온 현대차의 팰리세이드와 넥쏘는 전 세계의 플래시를 받으며 인지도를 제대로 높였다.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즈 레드카펫 행사에 탑승하고 나타난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 ‘넥쏘’.

자동차 업계가 월드스타 모시기에 나섰다. 과거 자동차 업계에서는 유명 모델을 자동차 광고에 등장시킬 경우 고객의 시선을 모델에게 빼앗기거나 분산시키기 때문에 등장시키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친근한 이미지를 노리거나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스타 광고모델을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선수을 광고모델로 발탁한 볼보자동차의 신형 S90이 대표적이다. 아시아 최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단일시즌 10골-10어시스트를 달성한 월드 축구스타를 모델로 세운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자신의 위치에서 자부심을 보여주는 손흥민 선수처럼 신형 S90이 E-세그먼트 등급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홍보대사 겸 S90 광고모델 손흥민.

모델을 선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타겟이다. 자동차의 경우 세그먼트나 가격대 별로 주력 타겟 연령층을 정해놓기 때문에 이들에게 친근한 모델을 선정하는 경우가 많다. 기아차는 최근 K9 광고에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5승에 빛나는 박세리 프로를 모델로 선정하면서 '성공한 여성이 타는 차'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다. 앞서 기아차는 선수시절 박세리 선수에게 의전차량으로 오피러스를 제공했던 과거 인연을 잇는 의미도 있다.

차의 목적을 설명하거나 강점을 돋보이게 할 때 특정 이미지의 모델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지난 6월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을 투아렉, 티구안 등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라인업 전체의 홍보대사로 발탁했다. 폴크스바겐의 SUV가 반려견들과 함께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2017년 쌍용차는 주말 아웃도어 캠핑을 즐기는 가족을 타겟으로 4륜구동이라는 코란도 투리스모의 장점을 홍보하기 위해 그룹명에 숫자 4가 들어가는 아이돌 ‘포미닛’을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지난해 서울모터쇼에서 기아차는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블랙핑크를 글로벌 브랜드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모하비 마스터피스와 함께 공개했다.

2019 서울모터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기아자동차가 글로벌 홍보대사인 '블랙핑크'와 대형SUV '모하비 마스터피스'를 공개했다.

외국 브랜드 사이에서도 같은 트렌드는 이어지고 있다. 아우디는 마블코믹스의 인기 시리즈인 영화 '아이언맨' 협찬으로 10년 넘게 꾸준한 홍보 효과를 얻고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2008년 시즌1 아우디 R8을 시작으로 매 시즌마다 R8 V10 스파이더, e-트론, 최근 V10 플러스 쿠페에 이르기까지 아우디만 애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덕분에 아우디는 '억만장자의 첨단 슈퍼카', '아이언맨이 선택한 차'라는 이미지를 확보했다.

지난 9월 지프는 국내 출시한 중형 픽업트럭 올 뉴 글래디에이터의 광고모델로 월드스타 비(RAIN)를 선정했다. 지프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멈추지 않는 열정과 끈기를 보여주는 비의 모험정신이 파워풀한 힘과 다재다능한 기능을 탑재한 올 뉴 글래디에이터와 닮았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모델 선정이유를 설명했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G4렉스턴 화이트 에디션.

실제로 자동차와 홍보모델의 조화는 판매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TV조선의 인기 트로트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우승자 임영웅이 모델로 활약하고 있는 쌍용차의 G4렉스턴은 5월 판매량 기준 전월 대비 61% 증가한 1089대로 큰 폭의 판매증가를 이뤘다.

BTS가 홍보모델로 나선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2019년 한해 국내 판매량은 5만2299대를 기록했다. 올해 7월까지 누적 판매량도 3만7100대로, 현대차 SUV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시장에서도 지난 8월 8404대가 팔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 수소 및 전기차 홍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BTS를 글로벌 브랜드 홍보대사로 발탁해, 전기차 아이오닉(IONIQ)의 브랜드 음원을 제작하고 수소 캠페인에 전면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러마디 설명보다 모델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로 한 장면에 보여주는 게 효과적일 때가 있다"며 "전기·수소차 등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차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세계적인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