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조선소들의 수주가 전년 대비 반 토막 났다. 올해도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4분기 들어 연속해서 수주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내년엔 최악의 보릿고개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종사자들은 일감 공백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23일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8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19년 1~8월 대비 54% 감소했다. 금리 하락, 유동성 증대 등 우호적인 금융 환경에도 코로나19 여파에 선박 발주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연말까지 발주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는다면, 올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도 크다.

2017년 문을 닫은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모습.

국내 조선소들도 수주 급감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1~8월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의 수주는 전년 대비 48% 줄어든 수준이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조선 3사의 올해 1~8월 수주는 49억500만달러로 목표매출의 25%에 그쳤고, 대우조선해양은 21%(15억3000만달러), 삼성중공업은 고작 8%(7억달러)에 머물렀다.

매출 기준 수주잔고로 봐도 어려운 상황이다. 통상 조선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2년에서 2년 반 정도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지만, 수주가 급감해 잔고도 줄었다. 다른 조선소에 비해 양호한 현대미포조선의 매출 기준 수주잔고는 33억4100만달러로, 16개월 정도의 일감만 가지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경우를 보면 올해 4분기와 내년에 추가 수주를 하지 못하면 1년 반 뒤에는 도크가 텅텅 비게 된다.

조선업계에서는 향후 매출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선업 특성상 수주 계약을 딴 뒤 1~2년이 지나야 매출이 발생하는 탓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연결 매출은 지난해 8조3587억원에서 올해 7조7199억원으로, 내년에는 7조625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에서는 숨통을 틔워줄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발주를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 국영에너지 기업의 쇄빙 LNG선, 모잠비크 LNG프로젝트, 카타르 프로젝트 등이 마지막 남은 보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카타르, 모잠비크, 러시아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 있었지만, 아직 수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며 "계약 체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종사자 사이에서는 연말까지 수주가뭄이 지속될 경우 조직 슬림화가 진행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앞선 7월 조선·해양사업부 통합을 진행해 비용 절감에 나서기도 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주 성적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서도 구조조정을 한다는 소문이 반복해서 돌고 있다"며 "남은 기간만이라도 수주가 잇따르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