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사임 후에도 GM·보쉬 "니콜라와 계속 협력"
JP모건 투자의견 '매수' 유지… 월가 "일단 지켜보자" 우세
'車와 시장 함께 판다'는 니콜라 사업 비전 여전히 좋은 평가
'차 조립 판매' 큰 문제 아니고 '밀턴 떠나며 리스크 해소' 분석도
GM 믿고 투자하는 건 위험…실적 대비 주가 거품낀 건 맞아
'기업의 생산능력을 실제보다 부풀려 홍보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수소 트럭 스타트업 니콜라(Nikola)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설립자 트레버 밀턴 사임 소식에 19% 하락한 지 하루만인 22일(현지시각) 3.4% 올랐다.
주가가 소폭이지만 다시 상승한 건 니콜라와 파트너십을 맺은 제너럴모터스(GM)와 보쉬(Bosch)와 같은 대기업이 여전히 협력 관계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도 "지켜봐야 한다"며 일단 니콜라의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니콜라의 킴 브래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화상으로 열린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밀턴의 사임에도 파트너들이 계속 회사와 함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우리의 미래에 집중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밀턴은 "초점은 회사이지, 내가 아니다"라며 20일 전격 사임했다. 2014년 니콜라를 설립한 그는 회사의 사업모델에 의문을 제기한 리서치 회사 '힌덴버그 리서치'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됐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니콜라가 △전기차와 수소 트럭의 부품을 직접 만들 능력이 없고 △밀턴이 기업의 사업모델과 가용능력을 과장했다고 비판했다.
◇ GM·보쉬 "계속 협력"…JP모건 '매수' 의견 유지
밀턴의 사임에 일련의 사기 의혹이 사실이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됐지만 GM의 짐 케인 대변인은 "우리는 2주 전 발표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니콜라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니콜라 전기 트럭에 들어가는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를 공급하고 지분 11%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발표했다.
또다른 협력사인 독일 보쉬(Bosch)는 트레버의 사임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니콜라와 계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쉬는 지난 2017년 니콜라와 수소 연료전지 파워트레인(구동계) 디자인 및 생산 협력을 맺었고 작년에 한국 대기업 한화와 함께 총 2억3000만달러(2600억원)를 투자해 주주가 됐다. 두 기업은 각각 최소 1억달러(1100억원)를 니콜라에 투자했다.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도 대체로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사실상 니콜라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니콜라를 커버하는 5개 증권사 가운데 3개가 투자의견 '매수'나 '중립'을 유지했다. JP모건은 니콜라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 "당장 밀턴의 사임이 회사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전 GM 이사회 의장이 공석을 채우면서 회사의 발전 전략을 실행하면 사업이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 "車와 시장을 판다" 사업비전 지지… "부품 조립 문제 안돼"
이들은 '수소 트럭'만 파는 게 아니라 수소 트럭을 살 수 있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니콜라의 비전에 여전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니콜라는 수소트럭과 함께 고정된 가격에 연료, 유지보수 서비스를 한번에 파는 '번들 임대 모델(bundled lease model)'을 핵심 판매 전략으로 한다. 차를 산 사람들이 연료를 손쉽게 넣을 수 있게 수소충전소까지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니콜라보다 앞서 수소 트럭을 상용화하고 핵심기술을 수출까지 해낸 현대자동차 같은 선도회사들도 있지만, 판매 전략까지 포함한 총체적인 비전으로 볼 때 니콜라가 여전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 트럭 한대 만들지 못한 니콜라와 맥주 버드와이저 생산기업 앤하이저부시(Anheuser Busch)와 미국 폐기물 처리업체 리퍼블릭 서비스(Republic Services)가 대규모 주문 계약을 맺은 것도 이런 기대감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힌덴버그 리서치가 제기한 '니콜라는 핵심 부품을 전부 외주업체에 맡기는 조립회사'라는 비판도 별 문제가 안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사가 초반에 부품부터 완성차까지 모두 직접 만드는 '수직 통합형 생산자'를 표방했더라도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혀 외부 유력 업체들과 협력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게, 미숙한 실력으로 엉성한 제품을 만드는 것 보단 낫다는 것이다.
니콜라는 앞서 보쉬로부터 수소 연료전지 파워트레인을 공급 받고, 이탈리아의 트럭 제조사 이베코와 함께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트럭을 조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니콜라에 비판적인 사람들도 이 회사가 기술혁신자가 아니라 기성 하드웨어의 통합자로 보는 게 맞다는 데 공감한다"고 보도했다.
브래디 CFO는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단 한번도, 모든 부품을 만든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애플의 아이폰을 생각해봐라. 모든 부품을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디자인과 기능성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만든다"고 말했다.
◇ 창업자 밀턴의 SNS 논란 리스크 해소…후임자 신뢰도 높아
밀턴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서 니콜라를 열성적으로 홍보하는 과정에서 '부품을 직접 만든다. 하지만 일부는 외부기업의 도움을 받는다'고 말하는 등 투자자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점도 힌덴버그 리서치가 지적한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이는 밀턴이 사임하고, 그 자리에 GM 출신 스티브 거스키가 앉으며 해소될 것이라고 미국 투자회사 코웬(Cowen)은 분석했다. 코웬은 "밀턴은 회사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대응하기 위해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거스키와 다른 임원들은 투자자들에게 신중하고, 덜 홍보하는 톤을 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스키는 월가의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2009~2014년 GM에 몸담으며 부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글로벌 전략과 신사업을 총괄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GM의 회생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니콜라가 GM과 파트너십을 맺은 것도 거스키가 중간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GM만 믿고 투자 해선 안돼…그동안 주가 거품 낀 건 사실
그러나 GM과 거스키가 니콜라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회사의 미래를 마냥 낙관하기는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거스키는 2016년 GM를 퇴사한 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벡토IQ(VectoIQ)'를 만들었고 니콜라와 합병 시켰다. GM 출신이 투자한다는 소식에 니콜라 주식이 급등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가 회사의 장기 전략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투자를 했을지, 고수익을 얻고 빠지려는 투자자 입장에서 접근했을 지는 알수 없다.
GM과 니콜라의 거래가 지나치게 GM에 좋은 거래라는 점도 일부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GM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개발중인 친환경차 부품을 니콜라에 장착할 수 있게 된데다 수소차 판매로 주정부로부터 받는 ZEV(zero emission vehicle) 크레딧 80%도 받는다. 주정부는 자동차 제조사에 일정비율 전기차를 생산하도록 하고, 미달하는 기업은 초과하는 기업으로부터 남는 할당량을 사들일 수 있게 한다.
니콜라 주가가 회사의 잠재력과 상관없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기 때문에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회사의 주가가 오른 시기는 테슬라가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사상 처음으로 4분기 연속 흑자를 낸 시점과 맞물린다. 테슬라는 완제품을 만들어 해외 판매까지 하고 있지만, 니콜라는 제품 하나 없다. 제2의 테슬라 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CNBC는 니콜라의 주가 상승에는 올해 미국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3가지 요소인 △스팩 △전기차 △로빈후드(주식투자 앱) 트레이더가 모두 얽혀 있다고 전했다. 스팩, 전기차와 연관된 회사라는 이유로 로빈후드로 투자하는 개인들이 지나치게 큰 기대를 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리서치업체 가이드하우스 인사이트의 샘 아부엘사이드 운송 담당 애널리스트는 "주요 기술 대부분은 니콜라한테서 나오지 않는다. 그들의 역할은 단지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것"이라며 "그들이 이 모든 역할을 실제로 해낼 수 있을때까지 지금의 시장가치는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