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해로운 성분이 들어있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애경산업 전 대표 등 핵심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이 기약 없이 늘어지면서,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단 양측에 신속한 재판을 위해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7월 27일 서울 중구 사회적참사특조위에서 조사관들이 가습기살균제 피해규모 정밀추산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22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 대한 재판에서 연말까지 1심 재판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8월 19일 첫 재판을 시작해 지금까지 총 40차례 진행됐다. 검찰이 기일마다 새로운 실험보고서와 연구결과를 제출하고, 이와 관련한 증인신문이 이어지면서 재판이 길어졌다.

다만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인체에 유해하고, 유해한 성분이 결국 사망에 이르게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검찰 입장에선 보고서 및 연구결과가 중요한 증거자료일 수밖에 없다.

피고인측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계속 재판때마다 새로운 실험보고서와 연구결과는 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형사소송법상 재판에서 제출된 연구결과는 재판부 감정을 거쳐야 한다. 임의적으로 특정 실험 보고서를 내는 것은 신빙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빠른 재판 진행을 위해 "순서대로는 아니어도 증거자료는 되도록 브리핑 형태로 제출해달라"며 "필요한 쟁점에 관해선 당장 종합이라고 생각하고 쟁점별로 요약 부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측에 이달말까지 관련 증거제출을 마쳐달라고 했다. 이후 양측 입장 종합 정리를 거쳐 11월에 결심공판을 진행하고, 연말내로 판결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한없이 기다릴 수만 없는 노릇"이라며 "앞으로 3~4주 후에 결론 종결 기일을 갖되 양측이 브리핑 할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11월 17일 또는 24일에 결심을 진행하고 12월 29일에 1심 판결을 하는게 재판부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은 (파급력이) 어마어마한,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에 법정에서 증거로서 증명된 것으로 판결할 방침이다. 그 외 요소가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해도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2016년 9월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검찰이 2018년 11월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재조명 받았다. 수사 결과, 검찰은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 홍 전 대표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정부 내부 정보를 누설한 환경부 서기관 최모 씨 등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유족과 피해자,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사망자는 1559명으로 집계되면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불렸다. 여기에 폐 손상을 입어 입원 중인 환자와 피해를 입었지만 가습기 사용을 증명하지 못한 환자도 많아 피해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