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체이스, 뉴욕멜론은행 등 대형은행 거쳐
제재 강화도 무색...수년 간 2000억원 넘게 세탁
대북 사업 공개한 기업 대표의 송금 수십건 허용

북한이 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대형 은행을 거쳐 불법 돈세탁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북한이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던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의 대형 은행을 거쳐 1억7000만 달러(약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세탁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미 NBC방송이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NBC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버즈피드뉴스 등 전세계 400여명의 언론인과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의 의심거래보고(SAR) 자료를 입수해 공동 분석한 결과, 북한과 연계된 1억748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이 미국 대형 은행의 금융망을 거쳐 수년간 세탁된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에 따르면, 미국 대형 은행 중 하나인 JP모건체이스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북한과 관련이 있는 11개 기업 및 개인에게 8920만 달러(약 1035억원)의 이득을 제공했다. 이들 기업 중에는 2014년 유엔 보고서에 '북한 선적 연루' 기업으로 적시된 단둥 싼장무역와 싱가포르 SUTL, 2015년에 폐업한 중국 기업 페이스 서플러스 무역 개발 기업 등이 포함돼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수탁자산을 보유한 뉴욕멜론은행도 2015년 제출한 의심거래보고에서 "대북 제재 위반이 의심되는 8560만 달러 상당의 거래를 처리했고, 이 중 2010만달러의 거래 내역을 자세히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당시 대북사업 사실을 공개한 중국 단둥훙샹실업발전의 마샤오훙 대표의 송금 수십 건을 허용했다. 마 대표는 북한에 수천말 달러를 송금하기 위해 중국과 싱가포르 등의 위장회사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NBC는 다만 1억7480만 달러가 자금세탁의 전체 규모인지 또는 일부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또한 이들 은행이 해외 은행의 외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리은행 업무' 과정에서 돈세탁에 악용된다고 지적했다. 자금 세탁을 시도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불법자금을 송금할 때 대리은행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데, 미국 금융기관들이 해당 거래를 의심 없이 처리한다는 것이다.

한편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자료 공개 및 문건 유출 경위를 조사하겠다고만 했다. 미 재무부는 "의심거래보고의 무단 공개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고, 법 집행 조사를 위태롭게 한다"며 "이는 해당 보고를 제출한 기관과 개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