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북에 사는 동네 주민들은 소규모 자금으로 모임을 조직해 공동명의로 여러 채의 아파트를 갭투자 했다. 이들은 다수의 아파트 및 분양권을 거래하면서 고율의 양도소득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명의로 등기를 했다. 과세당국은 이들이 덜 낸 양도세를 추징하고,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자치단체에 통보했다.
부모로부터 수억원을 증여 받아 주택투자 사모펀드에 투자하고 매년 수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지만,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연소자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이 같은 변칙적 탈세혐의가 있는 다주택 취득 사모펀드·법인, 고가주택 취득 연소자(외국인 30명 포함) 등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김대지 국세청장 취임 한 달 만에 본격적인 부동산 관련 세무조사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시장 안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은 22일 다주택 취득 사모펀드·법인, 고가주택 취득 연소자 등 98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편법증여 혐의 30대 이하 연소자 76명 ▲사모펀드 투자자 10명 ▲법인 편법 증여 혐의자 12명 등이다.
앞서 지난 15일 김 청장은 하반기 전국 세무관서장회의에서 법인·사모펀드의 다주택 취득과 30대 이하 연소자의 고가아파트 취득 등을 철저히 검증해 과세하라고 전국 세무서장들에게 지시한 바 있다.
세무조사 대상자는 사모펀드를 통해 다수의 주택을 취득·운용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소득세, 증여세 등을 탈루한 혐의자 10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모펀드 뒤에 숨어 투자수익을 세부담 없이 편취하거나, 부모로부터 사모펀드 투자금을 수증한 혐의자들로 파악됐다.
또 다주택자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1인 법인 또는 가족 법인을 설립해 주택을 다수 취득하는 과정에서 편법증여 혐의가 있는 법인 12명도 조사대상로 선정됐다. 이 가운데는 자금여력이 없는 전업주부가 남편으로부터 증여받은 현금으로 고가 아파트 2채를 취득 한 뒤 1인 주주 법인 설립해 현물출자하고 다주택 규제를 회피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금출처가 불문명한 고가주택 취득 30대 이하 연소자 등 76명도 조사 대상자이다. 이 가운데는 수 십 채의 주택을 취득하고도 임대보증금이 수 천 만원에 불과해 편법 증여 혐의등을 받는 30대 임대사업자가 포함됐다.
특히 가족과 같은 특수관계자가 아닌 같은 지역 주민들이 소규모자본으로 모임을 조직하고 아파트·분양권을 타인명의로 거래해 고율의 양도소득세를 회피하고 부동산 실명법을 위반한 경우도 적발됐다. 서울지역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6명으로 공동명의로 수 채의 아파트에 갭투자하며 명의신탁 등 관련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가아파트 및 최고급 승용차 등을 취득했지만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 등 국내거주 외국인도 이번에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됐다.
국세청은 금융 추적조사를 통해 자금원천의 흐름을 끝까지 추적해 실제 차입여부 등을 검증하고, 필요시 자금을 대여한 자 및 법인 등에 대하여도 자금 조달 능력을 검증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소득 탈루혐의가 확인된 경우 관련 사업체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하는 등 정밀하게 검증할 계획이다. 또 명의신탁 등 부동산 거래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 관계기관에 신속히 통보, 관련법에 따라 조치하기로 했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부동산 거래과정에서의 변칙적 탈세에 대해서는 자산 취득부터 부채상환까지 꼼꼼히 검증할 것"이라며 "정당한 세금없이 부를 축적하거나 이전하는 사례가 없도록 치밀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