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독감 백신의 무료 접종 시행을 하루 앞두고 안전상의 이유로 전면 중단했다. 일부 업체가 냉장 상태를 유지해야하는 백신을 상온에 노출한 데 따른 것이다.

질병청은 21일 밤 11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백신 유통과정의 문제로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해 접종 일정을 우선 변경한다"면서 "기존 (접종) 일정을 일시 중단하고 백신 물량 확보 상황을 보고 순차로 재개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도지부에 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위한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올해 독감 무료 접종 대상은 생후 6개월~18세와 62세 이상 고령층, 임신부 등 약 1900만명이다. 이는 전체 인구의 37%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부는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독감 동시 유행 차단을 위해 독감 예방접종 대상을 작년보다 500만명 확대했다. 이미 지난 8일부터 생후 6개월~만 9세 미만 아동 대상으로 무료 접종이 시작됐다.

문제가 발견된 백신은 22일부터 무료 접종이 시작되는 13~18세 대상 물량이다. 독감 백신을 운반할 때는 냉장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일부 업체가 이송 과정에서 백신을 상온에 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청은 관련 업체의 독감 백신 공급을 즉시 중단했고, 이미 공급된 백신에 대해서는 품질이 검증된 후 순차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22일부터 시작되는 임신부 및 만 18세 미만 어린이와 기존 2회 접종대상자에 대한 예방접종이 모두 중단됨에 따라 참여의료기관 및 대상자에게 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안내하고, 불편을 최소화 하겠다"며 "현재까지 백신 접종자에 대한 이상반응이 신고된 사례는 없으나,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더욱 철저히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질병청이 갑작스럽게 독감 백신 접종 일정을 중단함에 따라 자칫 독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동시 유행 차단 계획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접종 개시일을 하루 앞두고 밤 늦게 이같은 발표가 이뤄지면서 국민들의 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