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긴급 최고위 열고 의결
"감찰 업무 협조 안해...품위 훼손 판단"
당은 정치적 부담 덜고 본인은 의원직 유지

'탈세' 의혹 양정숙에 이어 두번째
"동교동 모양새 만들려고 끌어들일 땐 언제고"
4⋅15총선 비례대표 검증 실패 도마 위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부동산 투기 및 허위 재산신고 의혹을 받는 김홍걸 의원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막내아들이자 '동교동계'를 상징하는 김 의원이 비리 의혹으로 아버지 정신을 계승한 당에서 쫓겨난 것이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회의 직후 브리핑을 열고 "당은 (김 의원이) 당의 부동산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부동산 다(多)보유로 품위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이낙연 당 대표가 최고위를 긴급 소집해 김 의원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김 의원을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당 윤리감찰단이 김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고, (김 의원이) 감찰 업무에 성실히 협조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며 "이에 최기상 윤리감찰단장이 김 의원에 대한 비상징계 제명을 대표에게 요청했다"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윤리감찰단의 보고 직후 긴급최고위를 소집해 결정했다"며 "(어떤 반대의견도) 없이 (모두 제명 의결에) 동의했다"고 했다.

◇ 당 긴급 최고위 열고 만장일치 의결

민주당 당규 제7조 5항에 따르면 당대표는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 사유가 있거나, 그 처리를 긴급히 하지 않으면 당의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인정할 경우 징계 결정 및 징계 절차, 소명에도 불구하고 최고위 의결로 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당의 제명 결정이 내려졌지만, 국회의원 자격은 유지된다. 선거법 192조 4항에 따르면 합당이나 정당해산, 제명 때문에 당적을 이탈한 비례대표 의원은 의원직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다.

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불성실 협조'에 대해선 "감찰단이 소명을 들어보려 했으나, 성실히 응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탈당 의사는 없었나'라는 질문에 "탈당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고, '김 의원의 의견을 들었느냐'는 질문엔 "성실 협조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당 차원에 사퇴 요구였느냐'는 질문엔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사퇴를 요청했나'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했다.

민주당이 김홍걸 의원의 거취에 빠른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이번 논란이 개인 비리 의혹에 한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3월 부동산 탈세 의혹을 받은 양정숙 당선인을 제명할 때도 빠르게 대응했다. 비례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양 의원의 재산 축소 신고 의혹, 부동산 탈세 의혹이 불거지자 윤리위원회를 열고 제명했다.

◇ 정치적으로 김홍걸 이용했단 책임론도

김 의원이 부친인 김대중 대통령 집권 후반인 지난 2002년 36억원의 뇌물 혐의로 구속되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도 영향을 미쳤다. 정의당은 김홍걸 의원에 대해 '호부견자(아버지는 범인데, 아들은 개)'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면서 김홍걸 의원을 비판했다. 아버지인 김대중 대통령의 명예를 김홍걸 의원이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16년 4월 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옆쪽은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 계승을 표방한 민주당이 김홍걸 의원을 제명시킨 것은 정치적 부담이다. 김홍걸 의원을 정치판에 끌어들인 것이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6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분향·참배했다. 김홍걸 의원은 그 자리에서 함께 무릎을 꿇었다. 문 대통령과 김홍걸 의원의 광주 방문은 호남의 반문(반문재인) 정서 돌파에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제명 결정 하루 전날인 지난(17일) 김한정 의원과 설훈 의원이 김홍걸 의원을 만나 사퇴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정 의원은 이날 오전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18년전 뇌물수수 사건 때 DJ가 충격을 받고, 이희호 여사가 눈물을 흘렸던 것을 기억한다. 결단을 내려달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자 민주당에 몸담았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동교동계가 문재인 지지를 거부하고 호남에 반문정서가 한창일 때, 김홍걸을 정치판에 끌어들여 문재인 지지를 하게 한 사람이 김한정 의원 아닌가"라며 "김한정 의원은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DJ나 이희호 여사나 동교동계도 김홍걸은 정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문재인에 대한 동교동 지지의 모양새를 만들려고, 깜도 안 되고 정치욕만 가득한 김홍걸을 끌어들인 게 김한정 의원"이라고 했다.

◇ 양정숙에 이어 두번째 제명...부실 검증 책임

양정숙 의원에 이어 김홍걸 의원이 제명되면서 민주당의 지난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부실 검증 책임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서 당선됐지만, 후보 검증은 민주당에서 받았다. 민주당은 총선 전부터 두 사람의 부동산 관련 의혹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 대변인은 '검증 실패'에 대한 당 차원의 유감표명은 없느냐는 질문에 "제명 처분이 (유감 표명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이인영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양정숙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제를 공부하는 국회의원 모임’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홍걸 의원은 평생 일정한 수입이 없었지만 서울에 3주택을 보유했다. 지난 2016년 6월에서 12월까지 6개월 동안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강동구의 아파트와 분양권 등 주택 3채를 쇼핑하듯 사들여 부동산 투기 논란이 일었다. 당의 총선 공천 다주택 처분 방침에 따라 3채 중 한 채를 처분했다고 밝혔으나, 나중에 이를 자녀에게 증여하고, 또 새로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4억원 가량 높게 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최근엔 총선 후보자 재산신고 때 아내 명의의 아파트 분양권과 상가 소유권 지분을 고의 누락해 허위 재산 신고 혐의도 받는다. 형인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32억원 상당의 동교동 사저를 놓고 상속권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법원은 지난 9월 11일 김 의원이 혼자 사저를 처분해서는 안된다고 김홍업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민주당은 검찰에 기소된 윤미향 의원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까지 결정을 보류했다. 정의기억연대(옛 정대협) 이사장 출신인 윤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유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윤 의원의 후원금 유용 의혹이 한창이던 지난 5월 민주당 관계자들은 "시민단체 회계 처리가 주먹구구인 것은 비단 정의연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에는 시민단체 출신 의원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