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자기치료제 팔아 2.2조 챙긴 日기업가 체포
전 회장, 아베 한테 '벚꽃회 초대' 받았다고 홍보
"아베 전 총리 보고 투자 결정했다" 피해자 속출

아베 신조 전 총리로부터 국가행사 초대장을 받았다며 고령층에게 신뢰감을 준 뒤 돈을 가로챈 기업가가 체포돼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혔다. 피해총액이 2000억엔(2조2000억원)에 달해, 비슷한 사기수법으론 역대 두번째 규모다.

사기 혐의로 전 회장이 체포된 일본 건강기구 판매회사 ‘재팬라이프’.

18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이날 건강기구 판매회사 '재팬라이프'의 야마구치 다카요시 전 회장 등 회사 관계자 10여명이 경시청에 사기 혐의로 체포 됐다.

1975년에 설립된 재팬라이프는 조끼나 목걸이에 자석을 넣고 자기치료제(磁気治療器·자기장으로 치료하는 유사 의료기구)라고 이름 붙인 뒤, 제품을 사면 렌탈 수입으로 연간 6%의 배당을 지급하겠다고 해 비싸게는 수천만원에 팔았다.

회사가 고액의 부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고객과 계약한 것이 속속 드러나 소비자청이 네차례 업무 정지 명령을 내렸지만 그때마다 규제를 피해 영업을 계속 했다.

2017년 12월에 결국 자금 융통이 막혀 은행 거래가 정지 된 데 이어 2018년 파산했다.

피해자 변호인단에 따르면 이른바 '오너 상법'이라고 불리는 이 사기로 인한 피해자는 전국에 7000명, 피해규모는 2000억엔에 달한다. 오너상법 피해액으로는 2011년 아구라 목장(安愚楽牧場) 사기 이후 역대 두번째로 크다.

피해자는 고령층이 많으며 전재산에 해당하는 1억엔(11억원)을 낸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재팬라이프가 고객들에게 야마구치 전 회장이 아베 전 총리로부터 2015년 국가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벚꽃회) 초대장을 받았다며 이를 인쇄해 세미나에서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벚꽃회는 아베 전 총리를 재임 시절 괴롭혔던 일련의 스캔들과 관련된 국가행사다.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이 행사에 아베 전 총리와 부인 유키에 여사가 지역구 관계자를 초대하는 등 사유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자 중에는 벚꽃회 초대장을 보고 재팬라이프를 믿게 된 사람도 있었다면서, 정부 책임이 막중하다고 변호인단은 강변했다.

아베 전 총리는 작년 12월 참의원 본회의에서 야마구치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1대1 형태로는 만난 적이 없으며 개인적인 관계는 일절 없다"고 말했다.

야당 측이 벚꽃회 의혹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하는 가운데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거 모임에 대한 명단이 보관되어 있지 않고 초대자 추천은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답변을 삼가고 있다. 다시 조사해도 확실한 건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