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되며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 커지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의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나오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청원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지난주 국토부가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매매하는 매수자도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가능 시점인 계약 만료 6개월 전에 등기 이전을 마치지 못하면 입주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놓자 집주인과 매수자의 불만이 더 커진 모양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은 등록 일주일 만에 동의 인원(18일 오전 기준) 2만5741명을 기록해 ‘교통·건축·국토’ 분야 최다 추천 청원으로 등록됐다.

청원인은 "새로운 매수자가 실거주를 한다고 해도 임차인이 계약갱신권을 사용하면 매수자는 그 집에서 살 수 없다"면서 "이로 인해 전세를 낀 주택을 가진 집주인은 자신의 집을 마음대로 매매를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 이어 "주택을 매매한 신규 매수인도 자기 집에 살지도 못하고 한순간에 갭투자가 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많은 분쟁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올라왔다. 계약갱신청구권과 관련해 지난 14일 또 다른 청원을 제기한 청원인은 "실거주 목적으로 전세 낀 집을 계약하고 계약금, 중도금, 잔금까지 납부했더라도 등기 전에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만 행사하면 매수자는 세입자에게 집을 양보하고 2년간 길거리로 나앉아야 한다"며 "연일 세입자, 매수인, 집주인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 청원에는 18일 오전 기준 4772명이 동의했다.

지난 10일 등록된 "임대차 보호법 ‘왜 나는 보호받지 못하나요?’"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2340명이 동의했다. 1주택 소유자인 청원인은 "사업을 시작하고 계속되는 적자로 3년 넘게 살고 있던 집을 전세 놓고 저희는 월세를 살면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1년 전부터 집을 내놓았다"면서 "계약서를 쓰고 난 다음날 임차인은 최근 바뀐 법을 이용해 전세 계약갱신을 청구하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매수자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매한 집의 계약을 파기하기를 원치 않아 임차인을 내보내라고 주장하고 있고, 임차인도 전세 계약갱신을 청구했으니 나갈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서 "저도 보호받고 싶다"며 호소했다.

지난 14일 올라온 ‘임대인 임차인 모두를 죽이는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 유권해석을 철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613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아도 실거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집을 팔 수가 없고 팔리지도 않는다"면서 "전셋값이 올라 매수를 고려하는 임차인들도 새로 매수해 실거주하려는 임차인이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해 집을 살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인도 임차인도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만드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나"라며 "매수자가 실거주 목적으로 매수할 때에는 조건 없이 세입자 계약갱신 청구권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임대인과 임차인의 다툼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탄핵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등록됐다. 이 청원 글은 11일 처음 게시돼 현재 18일 오전 기준 청원 동의 인원이 9659명을 넘었다. 청원인은 "실거주 목적의 매수인도 임차인의 허락을 받아야만 집을 살 수 있다는 국토부의 유권해석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국토부 장관은 현재 헌법에서 명시한 재산권을 법률이 아닌 유권해석으로 침해하는 심각한 위헌행위를 저지르고 있어 장관의 탄핵을 촉구한다"고 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개정된 임대차법으로 전세를 낀 매물이 기피 대상이 되면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은 물론 매입자와 매수자의 갈등 사례도 계속 나오고 있다. 강동구의 A 공인 관계자는 "전세가 낀 매물은 바로 들어가 거주할 수 있는 물건보다 수천만원 싸게 나오기도 했다"면서 "세입자가 나가주기로 했다가 변심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어 전세가 없는 매물이 귀해졌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정책을 만들 때 피해자와 수혜자 모두를 염두에 둬야 하는데 검토가 부족해 이런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 커지지 않도록 제도를 무리하게 시행하기보다는 유예기간을 뒀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