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1상은 2상보다 시험대상자 모집 수월
4월에 임상 2상 승인받은 '부광약품' 아직도 시험대상자 모집
국내서는 대다수 코로나19 환자 격리돼 시험대상자 확보 어려워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중화항체치료제 ‘CT-P59’의 임상시험 정보.

셀트리온(068270)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중화항체치료제 ‘CT-P59’의 임상 2상·3상 승인을 동시에 받으며,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선두그룹에 진입했다. 유의미한 임상시험 결과를 단기에 얻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험대상자 모집이 필수다. 하지만 올 4월 일찌감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 승인을 받은 기업을 비롯, 상당수가 시험 대상자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다.

18일 식약처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 승인을 받은 기업은 이달 1일과 비교해 1곳 늘어난 총 8곳이다. 기존 부광약품(003000), 엔지켐생명과학(183490), 신풍제약(019170), 종근당(185750), 크리스탈지노믹스, 대웅제약(069620), GC녹십자(006280)에 이어 셀트리온이 합류했다.

식약처는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중화항체치료제 CT-P59의 임상 2상과 3상을 동시에 승인했다. 앞으로 셀트리온은 임상 2상에서 3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적절한 투여 용량과 치료 효과를 탐색할 예정이다. 확인된 용량을 바탕으로 유효성과 안전성 입증을 위해 72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한다.

셀트리온이 목표로 잡은 1020명의 임상시험 대상자 중 100명은 국내에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머지 대상자는 해외에서 모집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중화항체치료제가 미국, 루마니아 등 5개국에서도 동시에 임상시험 계획을 신청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달 20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관한 제15차 목요대화에서 "한국에서 최대한 환자를 임상에 참여시키고 그래도 부족한 환자는 유럽에서 하겠다"며 "저개발 국가로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후진국에서 임상 시험을 진행할 경우 안전성 등을 판단할 수 없어 만족할 만한 시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서 회장의 주장이다.

셀트리온의 임상 2상과 3상 승인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올 7월 17일 코로나19 중화항체치료제 임상 1상을 승인받은 후 7월 18일에 최초 시험대상자를 선정했다. 지난달 6일에는 목표로 한 시험대상자 32명을 모두 채웠다. 이달 11일 셀트리온은 임상 1상에서 코로나19 중화항체치료제의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임상 1상은 건강한 시험대상자를 대상으로 진행돼 임상 2상보다 시험대상자 모집이 수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임상 2상부터는 시험대상자 모집이 쉽지 않다. 실제 지난 4월 14일에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2상 승인을 받은 부광약품은 아직도 시험대상자를 모집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당초 임상 2상 시험 기간을 7~9월로 잡았지만, 이달 11일에서야 최초 시험대상자를 선정했다.

국내의 경우 위중한 코로나19 환자를 제외한 대다수 환자가 지역의료원과 생활치료센터 등에 격리되면서 임상 시험대상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임상 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거점병원과 환자 확보가 용이한 감염병 전담병원간 컨소시엄을 구성,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겠다고는 하나, 얼마나 많은 환자가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서정진 회장은 "개발비 지원보다는 임상단계에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올 연말을 목표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던 글로벌 제약사들이 부작용 우려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8일부터 부작용을 이유로 임상 3상을 중단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을 살펴보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은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코로나19 백신 임상단계 부작용 의심 질환 발생 소식에 임상 시험 참가자 일부가 포기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셀트리온은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해 국내 10여개 의료기관과 협력해 중화항체치료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중점 평가하고 올해 말까지 임상시험을 종료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