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공급 가능한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은 2950만명분으로, 전 국민 57%에 해당한다며 추가 생산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전 국민 무료 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의가 한창이지만, 업계와 함께 정부도 독감 백신 추가 생산은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발생 현황 브리핑에서 "올해 코로나19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백신 공급량이나 무료접종량을 늘려야 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제약사와 협의해 500만명분 정도를 추가 생산했다"며 "물리적으로 추가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밝힌 올해 국내 독감 백신 공급량은 2950만명분이다. 이는 지난해 공급한 백신 물량보다 500만명분이 늘어난 것이다. 전 국민 인구로 따지면 57%에 해당하며, 면역이나 고위험군이 접종할 수 있어 적은 물량이 아니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현재 정치권에선 전 국민 무료 독감 예방접종을 두고 극명하게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은 전날 전 국민 무료 독감 예방접종 예산에 대해 "1000억원 안팎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1조원 가까운 돈이 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백신 생산 업계는 생산 일정을 고려하면 올해 추가 생산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6개월 정도 생산 계획을 미리 짜두고 백신을 생산하는데 현재 시중에 풀리는 독감 백신도 6개월 전 계약분이며, 현재부터 생산을 시작해 내놓을 시점이면 이미 독감 유행 시즌도 끝난다는 것이다. 또 해외 수출 물량 생산도 준비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 본부장 역시 "백신을 생산하는 데도 3, 4개월 또는 5, 6개월이 걸린다"며 "검정 과정을 거쳐야 되고 그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보통은 3, 4월에 생산계획이 이미 다 확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독감 백신 예방접종 무료 대상인 1900만명에 대한 접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 본부장은 "조달청을 통해서 총액 계약으로 물량을 정부가 다 확보하고 의료기관에 배분하는 공급방식과 민간의료기관이 갖고 있는 백신에 대한 비용 수가를 보전해주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며 "골고루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수급관리를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와관련, 이날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의학적으로 과도하게 비축한 사례고, 그 이상은 정말 필요 없다는 것이 의료계 의견"이라며 "작년에 210만 도즈(1회 접종분), 재작년에는 270만 도즈를 폐기했다. 올해는 사회적 불안을 생각해 과도하다는 비난을 감수하겠다며 준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늦더라도 독감백신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내 생산설비들이 다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할당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