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의 공동 창업자 린빈(林斌) 부회장이 우리돈 1조20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매각했다. 최근 주가가 상장 이래 최고 수준으로 오른 후 현금화한 것이다. 샤오미의 스마트폰 신화를 쓴 린 부회장은 개발·출시를 총괄했던 모바일 부문에서 최근 손을 뗐다.
샤오미는 린 부회장이 자사주 3억5000만 주를 처분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소식에 이날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샤오미 주가는 14일 종가(23.55홍콩달러) 대비 5.09% 하락한 22.35홍콩달러로 마감했다.
린 부회장이 판 주식은 1주당 의결권이 1개인 ‘클래스 B’ 주식이다. 린 부회장이 주당 얼마에 주식을 매각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블룸버그는 린 부회장이 주당 22.55~22.85홍콩달러 사이에서 주식을 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주당 매각 가격을 22.85홍콩달러로 가정하면, 린 부회장은 이번 거래로 80억홍콩달러(약 1조2000억 원)를 손에 쥔 것으로 추정된다. 린 부회장은 공동 창업자인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에 이어 개인 주주 중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린 부회장의 주식 매각은 이달 초 샤오미 주가가 역대 최고가를 찍은 후 2주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샤오미 주가는 이달 2일 25.70홍콩달러(종가)를 기록했다. 2018년 7월 9일 공모가 17홍콩달러로 기업공개 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앞서 발표된 샤오미의 2분기(4~6월) 순이익이 지난해 2분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데다, 스마트폰 부문 경쟁사인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에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샤오미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샤오미 주가는 올 들어 110% 이상 상승했다.
린 부회장은 그동안 샤오미의 모바일 부문 대표를 맡아 스마트폰 개발과 출시를 총괄해 왔다. ‘미 믹스 알파(Mi MIX Alpha)’와 ‘미10(Mi 10)’ 시리즈 등이 그가 주도한 대표적 스마트폰 제품이다.
린 부회장은 7월 말 샤오미의 모바일 부문 대표직을 내려놨다. 앞으로 전략위원회에서 회사 전체 사업 전략과 방향을 정한다. 모바일 부문 후임 대표는 중국 스마트폰·통신장비 기업 ZTE의 모바일 부문을 이끈 정쉐중이 맡는다.
샤오미는 이번 거래 후 앞으로 5년간 린 부회장의 주식 매각을 금지했다. 이 기간에도 앞서 기부 목적으로 약속한 1억2000만 주는 매각할 수 있다.
린 부회장은 지난해 8월에도 자사주 4130만 주를 팔아 3억7300만홍콩달러(약 570억 원)를 현금화했다. 최고위 임원의 주식 매각 소식에 회사 안팎이 술렁이자 당시 린 부회장은 향후 1년간 주식을 처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약속한 1년이 지나자마자 이번에 1조 원이 넘는 주식을 정리한 것이다.
린 부회장은 2010년 레이쥔 최고경영자와 의기투합해 샤오미를 창업했다. 그전엔 미국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샤오미 합류 직전 일한 회사가 구글이다. 2006년 말 구글 부사장직을 맡아 중국 시장 모바일 검색과 안드로이드 현지화 연구 등을 총괄했다. 린 부회장이 레이쥔을 만난 것도 구글에서 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