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인수전, 유력후보 MS 대신 오라클 급부상
설립자 래리 엘리슨, 올 초 트럼프 모금행사 주최
"트럼프, 개인적 유대관계-정치적 결정 분리 불가능"
작년 국방부 클라우드 계약 땐 '눈엣가시' 아마존 배제
전세계 밀레니얼 세대를 꽉 잡고 있는 중국 앱 틱톡(TikTok)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아닌 오라클(Oracle)에게 안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막강한 자금력과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2위,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에도 MS가 밀린 건 '래리 엘리슨'이 없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오라클 공동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진보 색채가 짙은 실리콘밸리에서 보기 드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다. 올해 초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10만달러 이상 기부자가 골프를 치는 행사를 주최하기도 했다. CNN은 틱톡 딜(deal)로 트럼프 대통령과 래리 엘리슨의 정치적 관계에 대한 의문이 증폭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술주 중심 사모펀드 파메리 오거니제이션(Farmary Organization)의 에릭 쉬퍼 회장은 "마이크로소프트는 MAGA(Make American Great Again·트럼프 선거 슬로건) 모자를 쓰고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 빼고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며 "다만 래리 만큼 잘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오라클이 틱톡 미국 사업부문을 인수하게 되면 클라우드 사업 분야에서 엄청난 기회를 얻게 된다. 미국 내 월간 이용자가 1억명에 달하는 틱톡을 새로운 고객으로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이 32%, MS가 17%를 점유하고 있다. 오라클은 후발주자로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와는 별개로 오라클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오라클이 MS와 달리 틱톡 북미 사업 전체가 아닌 미국 사업부문 만을 인수하기로 하는 등 틱톡 측 의향을 많이 고려했고,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주요 투자자 제네랄 애틀랜틱(General Atlantic), 세쿼이아 캐피탈(Sequoia Capital)과 함께 협상을 진행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컸을 거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건 기업의 인수합병은 물론 공공 정책 과정에까지 자신의 사견을 개입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 작년엔 눈엣가시 '아마존' 배제하려 'MS' 밀어주기도
작년 미 국방부의 12조원 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수주전에선 승자는 MS였고, 패자는 아마존이었다.
미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연방정부 IT계약인 이 프로젝트를 따려고 2017년부터 아마존과 MS, 오라클, 구글 등이 경쟁을 벌였다. 승자는 아마존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작년 7월 분위기가 바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MS, 오라클, IBM 등이 불평을 했다"며 사업자 선정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석달 뒤 국방부는 MS를 선정했다.
아마존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 방해로 수주에서 탈락했다"며 법원에 사업 일시중단 가처분 소송을 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사업자 선정 절차가 중단됐지만, 국방부는 "MS를 사업자로 선정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마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논조의 기사를 실어온 워싱턴포스트(WP)를 소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다양한 이유를 들어 아마존을 공개 저격 했다.
지난 2017년에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 CNN을 소유하고 있는 타임워너를 인수하려는 통신사 AT&T를 향해 "권력이 너무 집중된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후 법무부는 AT&T가 타임워너 콘텐츠에 의존하는 경쟁 케이블TV 사업자들에게 부당한 우위를 갖게 될 것이라며 반독점 소송을 냈다. 두 기업이 동종 업계에 있더라도 다른 제품을 내놓을 땐 합병을 막지 않았던 기존 관례와 달랐다.
AT&T는 뜻밖의 소송전에 휘말리며 인수 발표 이후 거의 2년이 지나서야 타임워너를 인수할 수 있었다.
CNN은 외부 분석가들을 인용해 "대통령의 성격을 감안할 때 정치적 결정과 개인 간 유대관계를 분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다만 틱톡 인수 건은 오라클이 미국 사업부문 만을 인수하기로 한 것이 국가안보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해, 행정부의 검토를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