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부터 군산시 중앙로에서 영업 중인 이성당 본점.

"개업 때부터 사랑받은 단팥빵, 80년대에 개발한 야채빵, 2000년대에 내놓은 블루빵(쌀빵)에 저희 가게 75년 스토리가 담겨있습니다."

김현주 이성당 대표(58)는 1945년 개업한 이성당을 군산 명물에서 전국구 빵집으로 키웠다. 시댁 어른인 창업자, 시아버지, 시어머니에 이어 김 대표까지 4명의 대표를 거치면서 명성을 쌓은 셈이다. 지난 9일 만난 김 대표는 "작고한 시어머니가 지역에서 30년 넘게 성실하게 일하는 등 이성당은 75년 간 ‘‘축적의 시간’을 쌓았다"면서 "그 덕을 후손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당은 현재 군산본점, 신관을 비롯해 롯데백화점 잠실점, 롯데월드점, 롯데몰 수지점, 신세계백화점 천안점과 양재동 햇쌀마루점 등이 영업 중이다. 모두 합치면 일평균 3만~ 4만개가량 빵이 팔린다. 4월에는 디저트카페인 ‘이성당과자점’을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에 냈다.

김현주 이성당 대표

지난해 매출은 223억원. 이 같은 성과에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선정한 ‘백년가게’에 지난달 선정됐다. 김 대표는 "게을러지면 초심을 잃기 때문에 게을러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무너지지 않고 100년 역사의 가게로 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전국 ‘빵순이·빵돌이’의 성지순례 코스로 자리 잡은 이성당이지만 성장은 순탄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 맞은편에 있던 시청이 이전하고 신도시가 생기면서 유동인구가 줄어 위기를 맞았다. 조화당, 남풍당 등 구도심의 오래된 빵집들이 문을 닫았지만 이성당은 자리를 지켰다. 기회는 2006년 대표에 오른 지 3년만에 찾아왔다.

김 대표는 "단팥빵을 시그니처빵으로 삼고 슬로건과 로고를 정비하는 등 기업 면모를 그때 갖췄다"며 "밀가루가 아닌 쌀가루로 만든 블루빵이 인기를 끌고, 블로거들이 빵집을 소개하면서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났다"고 설명했다. 2014년 롯데백화점에 입점하면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성당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빵. 첫번째줄 네번째가 대표빵인 단팥빵.

온라인 진출은 최근에야 자체 쇼핑몰을 열정도로 보수적이다. 김 대표는 "생산에서 택배 도착까지 24시간 이내에 이뤄진다"며 "원활한 배송과 품질관리를 위해 1주일 동안 받는 주문량도 5000개로 제한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 입점 제안을 받았지만 품질 관리가 엉성해질까 봐 거절했다.

단팥빵 다음으로 장수메뉴인 ‘모닝세트’는 군산본점에 들러야 맛볼 수 있다. 서울 명동의 제과점 청자당에서 팔리던 메뉴였는데, 청자당 셰프를 초빙해 아침 대용식으로 팔기 시작한 것이 40년 전이다. 지금은 원조집인 청자당은 사라져 이성당이 원조가 됐다. 김 대표는 "메뉴 구성과 레시피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서울에도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사태 때문에 미뤄졌다"고 말했다.

변하는 입맛과 트렌드를 분석하기 위해 서울에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전담할 팀을 만들 예정이다. 회사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깊다. 그는 "노포로 남을지 프랜차이즈로 대형화할지 항상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40년째 팔리고 있는 모닝세트. 야채스프, 달걀프라이, 구운 식빵, 양배추 샐러드를 기본으로 우유나 커피를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6000원.

군산 토박이인 김 대표는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애정을 보였다. 김 대표는 "이성당처럼 전국구로 통할 특색있는 맛집이 많다"며 "백년가게에 선정된 뽀빠이냉면과 어복쟁반 전문인 압강옥, 복어 전문점 가시리, 반지회 덮밥이 유명한 유락식당, 한우전문 새터식당도 국민을 사로잡을 수 있는 군산의 맛"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