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SK 등 국내 대기업들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돌입한다. 코로나 확산세를 고려해 하반기 기업들의 채용 절차 대부분은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실물 경기 침체로 전체 신입사원 고용 규모는 예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이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 코로나 시대 채용 키워드 ‘비대면 평가’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7일 채용 공고를 내고 삼성전자(005930)삼성생명(032830), 삼성물산(028260)등 21개 계열사가 하반기 채용에 돌입했다. 오는 14일까지 지원서를 접수해 10~11월 중 필기시험인 직무적성검사(GSAT)와 면접을 거쳐 12월 중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GSAT은 올 상반기 공채에서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치러진 데 이어 하반기에도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당시 삼성은 서버 과부하를 막기 위해 주말 이틀간 오전, 오후로 나눠 총 4회의 시험을 진행했다. 삼성 관계자는 "하반기 GSAT 절차는 상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온라인으로 치르는 만큼 부정행위를 엄격하게 다룰 방침"이라고 했다. 수험생들은 휴대폰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올려두고 별도로 마련한 모니터링 시스템에 접속해 시험을 보는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부정행위 적발 시 향후 5년간 삼성 채용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는 처벌 규정도 세웠다.

채용 절차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것을 고려해 삼성은 채용설명회도 유튜브와 비대면 상담으로 진행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상반기 온라인 공채 절차를 통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나와 채용 준비 팁을 전해주는 유튜브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출연한 한 신입사원은 "(온라인 GSAT 전) 방 청소를 하면서 나온 쓰레기를 모아놓고 버리는 걸 깜박했는데, (쓰레기가) 카메라에 잡혔다"는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SK그룹은 14일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낼 예정이다. 원서 접수와 채용 설명회는 온라인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상반기까지는 오프라인으로 진행했던 필기시험을 온라인으로 전환할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LS그룹도 14일부터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한다. LS전선과 LS일랙트릭, LS-Nikko동제련, E1 등 4개 계열사에서 공채를 진행하는데, 공고에 앞서 채팅과 화상을 통해 채용상담회를 열고 있다. 또 취업준비생 60여명을 초대해 계열사 공채에 대한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비대면 미팅도 시작한다. 서류전형과 AI(인공지능) 역량검사, 실무진 면접, 임원 면접 전형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CJ그룹은 지난 7일 모집 공고를 내고 채용을 진행 중이다. 하반기 채용 문을 연 계열사는 CJ제일제당(097950), CJ프레시웨이(051500), CJ대한통운, CJ ENM, CJ올리브영, CJ올리브네트웍스 등 6개사다. 각 계열사는 온라인 테스트 전형과 화상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지난달 서류접수를 시작해 오는 18일까지 원서를 받는다. 모집 분야는 생산기술, 설비기술, 공정기술, 환경, 안전, 마케팅, 구매, 재무, 경영지원 등이다. 채용 절차는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1·2차 면접 순으로 진행되고, 일부 계열사는 필기시험을 AI역량검사로 대체한다.

조선DB

◇ ‘코로나 암초’에 수시 채용 전환 기업 늘어… 항공사는 ‘채용 제로’

코로나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자금 사정이 악화된 기업이 많고, 인력이 예전만큼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필요한 자리가 날 때 인력을 뽑는 수시 채용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계열사별로 채용 기간과 방식이 상이해 취업준비생들이 수시로 공고를 확인해야 한다.

LG는 지난 6월 "올 하반기부터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종전 상·하반기 정기 채용에서 연중 상시 선발 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현재 LG전자, LG유플러스, LG CNS 등 신규 인력 수요가 있는 8개 계열사가 사업부별 상시채용을 진행하고 있고, 타 계열사도 채용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정기 공채를 완전히 없애고 수시 채용을 도입했다. 사별로 필요에 따라 인력을 선발한다. 한화그룹과 코오롱그룹도 올해부터 계열사별 수시 채용 체제로 전환했다. SK 역시 올해부터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고용 여력이 없어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기업도 늘고 있다.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사들의 신규 채용은 모두 멈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국내 항공사 9곳은 현재까지 올해 채용 계획이 없거나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매년 항공사 채용 규모를 발표하는 국토교통부 항공관련 담당자는 "항공사들의 상황이 워낙 나빠 채용 계획 조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74.2%는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을 것으로 응답했다. 한경연은 "지난 2월에 실시한 상반기 신규채용조사에서 채용계획 미수립 기업이 32.5%, 신규채용 ‘0’인 기업이 8.8%였음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시장은 고용 빙하기를 겪었던 상반기보다도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