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기 신도시 조성 등 수도권 신규 주택 공급을 위해 페달을 밟고 있는 가운데, 1기 신도시 내 20년 이상된 아파트단지에서는 리모델링 등 주택 개선사업에 잰걸음을 내고 있다. 1기 신도시는 경기도 △성남 분당 △고양 일산 △군포 산본 △부천 중동 △안양 평촌 등 5곳으로, 노태우 정부 당시 집값 안정과 주택난 해결을 위해 건설됐다.

이들이 주택 개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커지는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노후 아파트를 리모델링 하지 않으면 경기권 구도심지역 내 이탈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정비사업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1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지역 아파트단지 곳곳에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을 위한 조합 설립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기 신도시는 높은 용적률 탓에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에 어렵다보니 리모델링이 주거환경 개선 사업의 대안으로 주로 거론된다.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 분당 정자동 느티마을 3단지.

우선 군포 산본신도시에 입주 27년차 율곡주공 아파트(2042가구)의 경우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현재 리모델링사업 조합 설립을 위한 소유주 동의서를 받고 있다. 동의율은 62%를 넘어선 상태다. 조합을 설립하려면 전체 소유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추진위는 이번 추석 연휴 전후로 조합설립을 위한 총회를 가진다는 계획이다. 추진위원회 조성과 리모델링사업 조합 설립 이후에는 시공사 선정과 1차 안전진단, 건축·도시계획 심의를 거쳐 사업계획 승인을 받는 등의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산본 신도시에 있는 1312가구짜리 우륵주공 7단지도 이에 앞서 리모델링 주택조합설립 동의율 70%를 달성해 이달 19일 조합 창립총회를 가질 예정이다. 1827가구짜리 세종주공 6단지도 리모델링사업 추진위를 발족한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 덕유주공, 설악주공, 퇴계주공 등은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군포 산본신도시 지역 1992년~1996년 입주한 아파트 일대에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1기신도시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에서는 문촌마을 16단지 뉴삼익(956가구), 문촌마을17단지 신안(504가구), 강선14단지 두산(782가구), 강선19단지 우성(412가구) 등 1990년대 이 지역에 조성된 아파트단지들 소유자들 사이에서 리모델링사업을 연합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에 앞서 장성마을2단지 아파트가 작년 2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일산 지역 리모델링 사업에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성남 분당도 리뉴얼 사업이 지역 내 주요 화두다. 이 지역에서는 정치권도 리뉴얼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분당이 지역구인 김은혜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은 ‘노후신도시 스마트 도시재생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최근 발의했다. 특별법에는 재건축 등을 통한 재생사업 활성화 등 스마트도시종합계획과 연계한 노후도시 재생 지원 근거 등이 담겼다.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노후도시 스마트재생사업을 위해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과 함께 리뉴얼 사업에 대한 국가 또는 지자체의 비용 보조 및 융자 제공, 조세감면, 주택 추가 공급분에 대한 입주민 우선 분양 등도 포함됐다.

분당에서는 일찍이 한솔주공5단지, 느티마을3·4단지, 무지개마을4단지, 매화마을 1단지 등이 전국 최초로 리모델링 시범 사업장으로 선정됐고 매화마을 2단지, 경남·선경 연립 등도 뒤를 이어 추진했으나 아직까지는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단지는 없다. 단지별로 교육환경영향평가와 2차 안전성 검토 및 수직증축 등 신공법에 대한 검증이 지연되고 있어서다. 현재 국토부는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 필요한 내력벽 철거의 안전성 검증 과정에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3기신도시 조성에 속도를 내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늘고 있는 가운데 1990년대 조성된 아파트에서 최근 지은 새 아파트 및 신도시로 옮기는 이탈 수요가 늘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시장에서 체감하는 구도심과 신도심 및 신도시, 20년 이상된 아파트와 새 아파트 간의 주거환경 격차가 클수록 해당 지역 주택시장에 미칠 파장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일산을 놓고보면 주택 수요가 기존 일산서구 구도심에서 벗어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시작점이자 K컬쳐벨리 조성 등 개발 호재가 있는 킨텍스 지역 등 신도심으로 옮겨가려는 흐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3기 신도시 조성 및 지역 내 신도심 개발에 속도가 붙을수록 구도심 지역 아파트의 노후화 문제가 부각될 수 있고 이에 따른 격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 구도심 내 주택단지 입장에서는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리뉴얼 및 개발 이슈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