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작년 10월 500만원 최소투자금 폐지
공모 판매액 최근 10개월 동안 9500억원 늘어

영국계 'H2O자산운용'의 펀드에 투자한 국내 재간접펀드(펀드 자금으로 다른 펀드에 투자)가 4600억원 규모의 환매중단 사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재간접펀드 환매중단이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해외 펀드에 투자한 재간접펀드가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재간접펀드 운용사는 펀드에 편입한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운용사가 환매 중단 직전 통보해주기 전까지는 재간접펀드의 환매 중단 여부를 알 길이 없다.

국내에 판매돼 현재 환매되지 않은 재간접펀드는 32조원에 달한다. 이중 공모로 판매된 재간접펀드만도 11조4000억원이 넘는다. 정부(금융위원회)는 1년여 전인 지난해 10월 재간접펀드의 최소투자금액 규제를 폐지해 소액투자자들도 쉽게 재간접펀드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공모 재간접펀드 규모는 최근 10개월 사이 9500억원 가량 증가했다.

6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 주최로 열린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말 기준 해외 자산을 60%이상 담은 재간접펀드 잔액은 32조2203억원이다. 이는 지난해말 27조2203억원 보다 4조8362억원(17.7%)늘어난 것이다. 재간접펀드는 펀드 자금으로 국내·외 다른 펀드에 투자한 펀드를 말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재간접펀드도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 (펀드에 대한)정확한 정보를 알 수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금투업계에서 특히 우려하는 것은 해외운용사의 펀드(해외자산)에 투자한 재간접펀드다. 현지 운용사가 정보 공유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더욱 펀드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들어서도 영국계운용사인 'H2O자산운용'의 펀드에 투자한 국내 자산운용사(키움투자자산운용·브이아이자산운용)의 재간접펀드 4600억원이 환매중단됐고, 삼성헤지자산운용(삼성자산운용의 자회사)이 판매한 펀드 400억원도 홍콩계 운용사 젠투파트너스가 운용하던 펀드에 투자했다 환매중단됐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해외 펀드를 담은(투자한) 재간접펀드는 현지 운용사에서 제공하는 운용보고서만 받아보고 현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어 국내 운용사들이 재간접펀드의 환매가능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지난달 28일 H2O자산운용에게 재간접으로 투자한 펀드가 환매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7월말 운용보고서를 토대로 자사의 재간접펀드 중 1.56%만 영향을 받는다고 판단해 재간접펀드는 정상적인 환매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1주일 후인 9월 4일 H2O자산운용이 자사 펀드 중 환매가 중단되는 자산 비중을 공개하자 재간접펀드의 자산 중 6~8.8%가 영향을 받아 재간접펀드 전체가 환매중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판매사들에게 이를 통보했다. 해외 운용사가 정확한 상태를 알려주기 직전까지 환매중단 가능성을 파악할 수 없었던 셈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 관계자는 "8월 28일 H2O자산운용이 환매중단 가능성을 이야기해줄 때는 정확히 얼마의 펀드자산이 묶이는지 비율을 알려주지 않아 기존 운용보고서만을 보고 재간접펀드가 받는 영향을 판단했는데 이 비율이 공개되면서 환매중단 사실을 알게됐다"고 했다.

그래픽 = 김란희

재간접펀드는 자산가들에게 사모형태로 판매되기도 하지만 공모로 일반투자자들에게 팔리는 규모도 상당하다. 7월말 기준 공모 재간접펀드는 11조4615억원으로 지난해말(10조5458억원) 보다 9157억원(8.6%) 늘었다. 사모로 판매된 재간접펀드는 20조5951억원(7월말 기준)이다.

일각에선 정부(금융위원회)가 규제를 푼 것이 소액투자자들이 환매중단 위험이 있는 재간접펀드에 투자하는데 영향을 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일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규정'을 개정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공모펀드의 최소투자금 제한을 없앴다. 그전까지는 최소 500만원 이상을 투자해야만 했지만 소액투자도 가능하도록 해준 것이다. 사모펀드가 수익률이 높은데 소액투자자들은 쉽게 투자할 수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형 재간접펀드에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줬지만 정부가 위험도가 높은 투자를 권장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소투자금 규제가 없어진 후 10개월(2019년 10월~2020년 7월) 동안 공모로 판매된 재간접펀드 규모는 9558억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