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실질금리에 중장기 투자수요 줄어
기업 위주 유동성 공급도 단기 운용에 영향
회사채·CP매입기구 총 1조500억원 어치 매입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단기로 운용되면서 자산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저금리에 따라 중장기 상품에 투자할 유인이 약화된데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기업 부문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공급되면서다.
한은이 10일 발간한 9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보유한 통화의 상당 부분을 단기성 금융 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반기 중 수시입출금식 예금, 요구불예금 등으로 구성된 협의통화(M1) 증가액은 133조원으로 전체 광의통화(M2)증가액(164조9000억원)의 80.7% 차지했다. 그중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72조6000억원, 요구불예금이 49조1000억원이다.
M1이 곧바로 쓸 수 있는 현금을 뜻한다면 M2는 여기에 저축성예금, 수익증권 등을 포함시킨 개념이다. M1에 포함되지 않는 중장기성 금융상품은 같은 기간 중 31조9000억원 늘어 상대적으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M1이 가파르게 늘면서 지난해 12월 31.8% 머물렀던 M1/M2는 올해 6월 34.4%로 크게 상승했다. 한 마디로 단기로 돈을 굴리는 수요가 중장기보다 훨씬 많다는 의미다.
한은은 시장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해 중장기 상품에 대한 유인이 없어진 점,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기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지원이 진행된 점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총 0.75%포인트 내려 1.25%로 낮췄다.
이에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기준금리(명목기준금리-근원인플레이션)는 지난 6월 기준 0.37%로 떨어졌다. 1년 전(1.10%)에 비해 3분의 1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 대신 기대인플레이션을 적용한 실질기준금리는 -1.1%로 까지 내려왔다.
한은은 "기업부문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 확대는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단기화된 자금이 수익추구를 위해 자산시장 등으로 쏠릴 가능성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한은이 정부, 산업은행과 협력해 만든 회사채·CP 매입기구인 '기업유동성 지원기구'는 8월말 총 1조550억원 어치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우량물인 AA등급은 22.7%, 비우량물인 A등급 이하는 77.3%를 차지했다.
지난 7월 14일 설립된 이 매입기구는 산은이 특수목적기구(SPV)로 자회사를 설립했다. 정부출자를 토대로 한 산은의 SPV 출자 1조원, 산은 후순위 대출 1조원, 한은의 선순위 8조원 등 총 10조원 규모로 구성했다. 한은은 지난 7월 23일 1차로 1조7800억원을 지원하면서 매입기구는 같은달 24일부터 회사채·CP 매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