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출시 목표… 배그에 의존 취약구조 탈피 관건
10일 상장 앞둔 유통사 카카오게임즈 실적에도 영향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크래프톤이 연내 출시를 목표로 PC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엘리온’ 담금질에 한창이다. 엘리온은 배틀그라운드 이후 이렇다할 성공작이 없는 크래프톤의 야심작이다. 엘리온의 성패가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크래프톤은 물론, 오는 10일 상장을 앞둔 유통사 카카오게임즈의 향후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엘리온 제작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27일 엘리온·테라 등 MMORPG 제작을 담당하는 블루홀 스튜디오를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기도 했다. 블루홀은 크래프톤의 옛 이름이다.

크래프톤이 제작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유통할 예정인 PC MMOPRG 엘리온.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는 엘리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유통사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이후 실적을 이끌 기대주로 엘리온을 꼽는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뒤를 이을 새 동력이 필요하다.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출시한 게임으로, 현재 크래프톤은 매출 대부분을 배틀그라운드 한 게임에 의존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4차산업혁명위원장 임기를 마친 장병규 의장 복귀 후 내놓은 작품들이 실패해 분위기 반전도 절실하다.

◇ 포스트 배틀그라운드가 없다… 장병규 복귀 후 신작 연이은 실패

엘리온은 기존 ‘에어(A:IR)’로 알려진 게임이다. 2017년말 첫 공개 후 2019년초 출시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두차례 비공개 시범 테스트(CBT)에서 악평을 받은 후 출시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크래프톤은 장 의장 복귀 후인 올 3월, 에어를 엘리온으로 개명하며 대대적 개편에 나섰다. 이후 4월과 7월 두차례 진행한 CBT에선 평가가 반전됐다. 전투를 논타겟(대상을 지정하지 않는 것) 방식으로 변경한 점이 주효했다. 크래프톤은 2011년 출시한 PC MMORPG ‘테라’에서 논타겟 전투로 주목받은 바 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로 올 상반기 매출 8872억원, 영업이익 5137억원이라는 호실적을 냈다. 하지만 신작 성과는 미미하다. 크래프톤은 지난 1월 콘솔(게임기)판 ‘미스트오버’를 내놨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PC판 미스트오버는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에서 ‘복합적’ 평가를 받고 있다. 미스트오버는 제작 초기부터 다키스트 던전 등 해외 게임 표절 논란을 겪었다.

대표 지식재산권(IP)인 테라도 모바일에서 고배를 마셨다. 크래프톤은 지난 3월 모바일 MMORPG 테라 히어로를 출시했다. 테라 히어로는 장 의장 ‘복귀작’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출시 직후 구글플레이 매출 14위를 기록했지만, 이날 기준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구글과 애플은 각각 매출 200위, 500위까지를 표출한다.

테라는 앞서 2017년 11월 ‘테라M’으로 모바일 이식된 바 있다. 테라M은 한때 구글플레이 매출 2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성공을 지속하진 못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2월 개발사 스콜을 폐업했고, 9월 22일 테라M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테라 IP가 모바일에서 두차례 실패한 셈이다.

◇ 엘리온 반응 좋지만… PC MMORPG ‘사양길’

게임업계는 엘리온의 성패에 엇갈린 시각을 보인다. 크래프톤이 테라로 쌓은 PC MMORPG 노하우가 있고, 최근 진행한 CBT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만큼 게임성에서는 기대감이 높다. 다만 PC MMORPG가 사양세를 타고 있어, 게임성과 별개로 큰 수익을 거두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크래프톤 실적을 책임지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PC MMORPG는 엔씨소프트(NC) 리니지 시리즈다. 리니지와 리니지2는 지난해 각각 매출 1741억원, 936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모바일 시장과 비교하면 수치가 초라해진다. 모바일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지난해 매출 9988억원을 기록했고, 리니지2M이 지난해 11월말 출시된 만큼 올해 매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근래 PC MMORPG 대작으로 꼽히는 로스트아크를 제작한 스마일게이트RPG는 지난해 매출 795억원, 영업이익 43억원을 기록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엘리온이 로스트아크급 성공을 거두더라도 PC라는 한계가 있다"며 "엘리온은 수익 모델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어떤 방식으로도 배틀그라운드 수준 ‘대박’을 기대하긴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