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벌초대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추석 연휴기간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지정, 자발적 이동 자제를 권고한 데다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각지에서 모여 벌초를 하는 대신 대행업체에 맡기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올 추석 연휴에는 벌초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고 현장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했다.

벌초 대행 서비스 업체 사장 김모(50)씨가 벌초를 하는 모습.

송모씨는 "코로나 때문에 고향에서 5일장도 못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올 추석에는 대행업체에 벌초를 맡기기로 했다"는 글을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A씨도 지난 주말 처음으로 벌초대행 서비스를 이용했다. A씨는 지난 7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해마다 벌초를 한 뒤 친지들과 땀 흘린 몸을 씻기 위해 목욕탕을 찾곤 했다"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목욕탕에 가기도 꺼려져 가족들과 벌초대행 업체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벌초대행 서비스와 관련한 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고향의 부모님이 코로나로 사람 많이 모이는 게 위험하니 올해 벌초는 대행업체에 맡기라고 하더라" "벌초대행을 해 본 사람이 있으면 괜찮은 업체를 소개해 달라"는 등의 글이 대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벌초대행 서비스의 가격은 봉분 1기당 최소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를 오간다. 제초제 살포 여부와 봉분의 간격, 산소 위치 등에 따라 추가금액이 붙기도 한다. 고객이 정확한 산소 위치를 알려주면 업체에서 찾아가 벌초를 한 뒤 인증 사진을 찍어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서비스가 이뤄진다.

제주 전통 벌초 날인 음력 8월 1일을 하루 앞둔 지난 2018년 9월 9일 제주시 공설공원묘지에서 한 가족이 조상 묘를 깨끗이 단장하고 있다.

벌초대행 업체에는 시민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경기 광주시의 한 벌초대행 업체 대표 김모(50)씨는 "하루에 문의 전화만 30통 이상 오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가까이 되는 수치"라며 "코로나 걱정 때문인지 업체 측과 만나지 않고 알아서 산소에 찾아가 벌초를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경남 지역에서 벌초대행 서비스를 하고 있는 김모(36)씨도 "지난해에 비해 1.5배 정도 벌초대행 문의가 늘었다"고 했다. 그는 "5년 전부터 부업으로 추석 전 한달 동안만 벌초대행 일을 했는데 올해는 본업보다 부업인 벌초대행 일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혼자 일하기가 버거워 아르바이트생을 뽑을까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로 벌초대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벌초 작업단’을 꾸리는 지자체들도 나오고 있다. 경남 함양군은 "성묘객들의 대면접촉을 줄이기 위해 군내 산림조합과 함양농협으로 구성된 연합 공동벌초 작업단을 구성했다"고 지난 7일 전했다. 충남 서천, 대구 달성군 등 각 지역 농협과 산림조합에서도 벌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벌초대행 서비스는 더욱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지자체들이 벌초모임 자제 등을 요청하는 ‘이동 멈춤 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일 "음력 8월 초하루(오는 17일) 벌초로 대규모 입도가 예상된다"며 "벌초 기간 제주 왕래를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