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올해 들어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돌파했다. 제네시스는 올해 G80, GV80 신차 효과를 앞세워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에도 급격한 성장세를 이뤄왔는데, 이같은 추세라면 연간 판매 10만대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네시스 G80.

8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제네시스의 올해 1~8월 내수 판매량은 6만7067대로 전년 동기(4만993대) 대비 63.6%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5만6801대)은 일찌감치 넘어선 상태다.

제네시스는 수입차를 포함한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해 1~8월 메르세데스-벤츠는 4만7613대, BMW는 3만6498대가 팔렸다. 제네시스는 브랜드 출범 이듬해인 2016년을 제외하고 벤츠 등 수입차 인기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왔으나, 올해 이같은 추세를 이어간다면 4년 만에 선두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네시스가 4종에 불과한 제품 라인업으로 수십여종의 라인업을 갖춘 벤츠와 BMW를 2만~3만여대 격차로 따돌리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로부터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제네시스 G80.

제네시스 실적은 G80 완전변경 모델과 올해 처음 선보인 GV80이 이끌고 있다. G80 가격대는 5500만원대, GV80은 60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데, 풀옵션을 추가하면 최대 7000만원 후반대까지도 가격이 올라간다. G80·GV80의 경쟁 모델인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도 6000만원대에서 시작한다.

제네시스가 수입차 경쟁 모델들과 가격대는 비슷한 반면, 내부 인테리어와 편의사양이 뛰어나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한 단계 위인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와 맞먹을 정도라는 것이다. 천연 가죽 소재와 원목을 내부에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높였을 뿐 아니라 G80의 경우에는 뒷좌석에도 LCD 디스플레이, 통합 컨트롤러를 탑재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G80 쿼드램프.

구형 G80의 외관이 중후한 느낌을 줬던 반면 올해 출시된 신형 G80은 쿠페형 루프라인에 날렵한 디자인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대기업 임원차로 유명한 G80이지만 보다 젊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방패 모양의 '크레스트' 그릴과, 좌우 양 옆으로 두 줄씩 각각 4개의 LED 램프로 구성된 쿼드램프 등 제네시스의 패밀리룩도 호평을 받고 있다.

차량이 운전자의 운전 스타일을 학습해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것과 흡사하게 주행을 보조하는 기능,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 시 내비게이션으로부터 진출입로 등의 정보를 받아 차량을 자동으로 감속하는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다양한 첨단 안전 사양도 탑재됐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차량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테슬라 차량에 탑재된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앞선 기술이다.

현대자동차 고급 승용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올해 1월 출시한 준대형 SUV GV80

모델별 판매량을 보면 G80 3만3093대, GV80 2만8126대, G90 6496대, G70 5652대다. G80과 GV80은 출시 때 세운 올해 판매 목표를 이미 넘어섰다. G80은 3만3000대, GV80은 2만4000대가 목표였다.

현재 추세라면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간 10만대 판매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매달 8000대씩만 판매하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G80과 GV80 출시 이후인 4월부터 제네시스 판매량은 매달 1만대를 넘었다. 지난 8월에는 개소세 인하 종료 등으로 7062대에 그쳤으나 G80·GV80 대기 물량만 3만여대에 달한다.

제네시스는 연말까지 신차를 추가로 투입해 판매 호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젊은 층을 노린 중형 세단 G70 부분변경 모델과 중형 SUV GV70을 선보일 예정이다. G70은 디자인을 완전변경 수준으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GV70은 GV80보다 한 체급 작은 중형 SUV로, 국내에서 선호도가 높은 차급이어서 가격대만 합리적으로 형성되면 GV80만큼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신형 G80을 기반으로 한 제네시스 최초의 전기차와 중형 세단 G70의 왜건형 모델 출시도 앞두고 있다. 올해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가 연말쯤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은 변수다. 신차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고객 수요가 있는 만큼 제네시스가 벤츠, BMW와 진검승부를 하는 것은 내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