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 부동산 시장이 소리없이 들썩이고 있다. 다주택자나 법인 투자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 7·10 대책 이후 지방 도시들의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는 곳이 여럿인데, 원주는 오히려 대책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주 아파트 단지

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원주의 아파트 매매지수는 1.00% 상승했다. 1.00%는 월간 지수의 기준이 되는 지난 2017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8월에도 0.30% 상승했는데, 이 역시 2017년 이후 세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7월 이후 상승률에 주목하는 이유는 7·10 대책이 나오면서 지방 투자 수요가 급감하는 시기에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7·10 대책은 법인 투자자와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 때문에 추가 매입하려는 투자수요가 급감하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원주의 7월 외지인 투자는 294건으로 6월(460건)보다 40% 감소했다. 법인 매수도 6월 330건에서 52건으로 85% 가까이 줄었다.

원주의 상승세는 5월 첫째주부터 시작됐다. 이후 8월 마지막 주까지 1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원주가 혁신도시·기업도시에 모두 지정된데다 KTX경강선·제2영동고속도로 등으로 수도권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등 ‘개발 중인 도시’라고 받아들여진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분양 주택 수도 급감했다. 지난해 7월만 해도 3281가구에 이르던 원주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 7월 단 6가구로 줄었다. 1년 만에 미분양주택이 99.8% 줄어든 것이다. 강원도 전체 미분양주택 수 대비 원주의 비율도 지난해 43.89%에서 0.2% 수준으로 떨어졌다.

분양권에도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명륜동 원주 더샵 센트럴파크 3단지 84.98㎡ 분양권이 지난 7월 22일 3억6670만원에서 3억9070만원으로, 같은 단지 101.86㎡ 분양권은 4억7911만원에서 4억8571만원으로 각각 오르며 최고가에 거래됐다. 원주기업도시 유보라 아이비파크 2단지 59.98㎡ 분양권도 지난달 21일 전고가(1억7730만원)를 갈아치우면서 1억910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기존 주택도 역대 최고가로 거래되는 사례가 많다. 가곡리의 원주 롯데캐슬 골드파크 1차5단지 84.97㎡는 지난달 22일 전고가 2억8500만원에서 3억3000만원으로 4500만원 올라 거래됐다. 같은 지역 라온 프라이빗 84.70㎡도 지난 7월 27일 2억7450만원에서 3억2000만원으로 4550만원 올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무실동 e-편한세상 124.39㎡는 지난달 10일 전고가 4억500만원에서 4억2100만원으로 1600만원 올라 손바꿈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은 "수요가 따라가지 못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공급이 늘자 흔들렸던 원주의 아파트 가격이 기업도시·혁신도시 지정으로 수요가 형성되며 회복되고 있다"며 "처음에는 외지인·법인 투자수요가 마중물 역할을 했지만,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중심이 돼 지역 자체의 수요로 갈아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상승 기대로 투자하기 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원주의 거래량은 지난 7월 885건이었는데, 정부 규제 등에 따라 6월(1058건)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아파트 투자가 장기화되기 힘든만큼, 숨고르기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