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예산·추경 부담에 장기물 금리 급등
10년물 年 1.5%대…3월 이후 최고 수준
"한은 국채 매입 등 수급 개선 방안 필요"
정부가 사상 최대 규모인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데다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까지 확실시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 회복세 지연이 전망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국고채 발행 증가로 인한 공급 물량 부담을 크게 반영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03%포인트(P) 상승한 연 1.527%에 장을 마감했다. 국고채 10년물의 금리는 지난 31일부터 5거래일 연속 1.5%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1일에는 지난 3월 25일(연 1.647%) 이후 최고치인 연 1.582%를 기록했다.
20년물 금리는 전날과 같은 연 1.694%에 거래를 마쳤다. 30년물 금리는 0.002%P 오른 연 1.685%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일에는 20년, 30년물 모두 올해 3월 기록한 연고점인 연 1.802%, 연 1.768%에 근접한 수준까지 치솟았다. 1일(0.977%)까지 6일 연속 상승한 뒤 소폭 하락한 3년물은 다시 0.01%P 오른 연 0.929%에 거래를 마쳤다.
이러한 국고채 금리 상승(가격 하락)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과 관련이 있다. 유례없는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부터 협의가 진행 중인 4차 추경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적자국채로 인한 수급 불균형 우려가 코로나로 인한 금리 하락 압력을 제한한 것이다.
정부가 1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본예산은 555조8000억원으로 올해보다 8.5% 증가했다. 2년 연속 기록한 9%대 증가율에는 못 미치지만 증가액을 기준으로 보면 43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 예산은 지난 3년간 127조원이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 2009~2017년 총 예산 증가액인 116조원보다 많다.
내년 국채 발행규모는 172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1~3차 추경 편성으로 늘어난 국채 발행액인 167조원에 비해서도 5조9000억원 많을 뿐만 아니라 추경으로 발행 규모가 더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이전까지 우리나라 연간 국채발행 규모는 약 100조원 수준이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까지 집행되는 3차 추경이 금리 하강을 억제하고 있는데 4차 추경까지 논의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국채 발행 부담을 덜어줬던 지출 고정 효과가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도 예산안으로 인한 발행 물량은 월평균 14조원으로 수급 부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와 여당은 지난 3일 실무협의를 통해 추경 규모를 5조~10조원 미만으로 꾸릴 것을 잠정 합의했다. 현금이나 쿠폰을 통해 재난지원금을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에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추경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은 오는 6일 당정청 회의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번 재난지원금에 14조3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절반 수준의 정책이 나오더라도 7조원"이라며 "모두 국채발행으로 조달될 경우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10월부터 발행계획에 반영되고, 연말에는 월평균 2조원의 발행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수급 불안으로 인한 채권 금리 상승이 계속되면 장기적으로 국가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연구원은 "국채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정부가 향후 재원 조달을 할 때 높아진 이자 비용 탓에 또 다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이 생겨날 수 있다"며 "국가 채무가 늘어나 신용도가 떨어진 국내 자산에 대한 외국인 등의 투자 심리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채 발행 확대로 인한 수급 불안이 머지않아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국고채 발행물량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정부가 국채 균등발행 기조를 유지한다면 올해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발행물량 부담이 크지 않다"며 "장기간 기준금리 동결 유지 가능성과 코로나 위험은 여전히 금리 추가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 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