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사협회, 코로나19 극복 위해 의사 집단행동⋅4대 의료정책 추진 중단 합의
최대집 회장 "'철회' 고집으로 잃게 될 것 냉정하게 고민…진료현장 복귀해달라"
의협산하 전공의협의회 "단체행동 중단 우리가 결정... '원점 재논의'로는 부족"
"우리의 제안에는 '철회'가 있었고, 아무리 그 뜻이 '원점 재논의'와 같다고 한들 우리가 주장해 온 명분에 미치지 못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오는 7일 예고했던 무기한 의사 총파업을 취소하고 진료 현장으로 복귀하기로 정부와 합의했지만, 전공의들의 반발이 거세 '반쪽 협약'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공의·전임의로 구성된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회는 의·정 합의 과정이 독단적이었으며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발 중이다. 당정이 의료체계 개편안 원점 재논의를 약속했지만 향후 협상은 기약없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4일 오후 2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발전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합의' 서명식을 갖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의료계가 반대해온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 중단 등 5가지 사항이 담겼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한의사협회와 협의하기로 했다. 협의 과정에서 의협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협약에 따라 구성되는 국회 내 협의체 논의 결과를 존중하고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또한 지역 수가 등 지역의료 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전공의 수련 환경의 실질적 개선, 건정심 구조 개선 논의,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등 주요 의료현안을 의제로 하는 의정 협의체 구성에도 합의했다. 이 부분은 전공의들도 적극 주장했던 내용이다. 의협이 철회를 주장했던 '의대 증원, 공공 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 등 4대 정책도 이 협의체에서 논의한다.
의·정이 이같은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전공의·전임의로 구성된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회 등 전공의단체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합의문이라며 반발했다. 이날도 일부 전공의들의 반발로 의·정 서명식은 오전에서 오후로 세 차례 시간과 장소가 변경됐다.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됐다가 오전 1시로, 다시 오후 1시로 바뀌었고, 전공의 70~80명이 서명식장을 점거하고 "졸속 행정도, 졸속 합의도 모두 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를 해 2시30분으로 다시 연기되면서 장소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서울 정부청사로 변경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이날 의사협회가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부와 마련한 합의안에 대해 절차상 문제를 제기했다. 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인스타 라이브를 통해 "저를 포함한 대전협 집행부와 전임의협의회, 의대협 등은 전혀 내용을 듣지 못했다"며 "최종 합의안이 도출된 후 협상에 대해선 의협 회장(최대집 회장)에 전권을 위임하기로 했지만, 최종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저희 제안에는 '철회'가 있었고, 아무리 그 뜻이 '원점 재논의'와 같다고 한들 우리가 주장해 온 명분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했다.
이들은 의협과 복지부의 합의안에 집단행동 중단이 적시된 데에도 반발했다. 박 위원장은 "의협 산하 단체지만 단체행동 중단은 저희가 결정한다"며 "그들 마음대로 정당한 의사결정을 거쳤든지 아니든지 우리 행동을 휘두를 수 없다"라고 밝혔다. 대전협은 어떤 단체행동을 벌일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각 병원 전공의들과 의견을 수렴해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1일부터 이어온 무기한 파업을 지속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최대집 의협 회장이 전공의 달래기에 나섰지만, 전공의들의 집단 휴진이 멈출지는 미지수다. 최 회장은 이날 유튜브에 대회원 담화문을 발표하며 "젊은 의사들의 당혹감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철회'라고 하는 두 글자를 얻는 과정에서 얻게 될 것과 잃게 될 것을 냉정하게 고민하고 설령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협회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미 고발 당한 전공의를 비롯하여 복지부가 고발을 미루고 있는 수백명의 전공의, 오늘을 마지막으로 시험의 기회를 잃게 될 의대생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조건 없는 복귀와 구제가 가능해진 만큼, 선배들을 믿고 진료현장으로 돌아가 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현재 파업을 진행중인 의사의 대부분은 전공의들이기 때문에 의협과 당정 합의에 전공의들의 반발이 지속될 경우 의사들의 현장복귀는 상당기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의협의 주축인 동네의원 휴진율(8.26∼28)은 6∼10%에 그치는 반면 전공의 휴진율은 70∼80% 수준에 이르고 있다.